[단독]증권사들, 2년 더 조각투자 진입 제한된다…금융위 고심

기사등록 2025/02/07 13:51:28 최종수정 2025/02/07 16:32:25

혁신금융지원특별법 제23조 '스타트업 보호' 취지

6개 샌드박스 업체 外 신규 진입 어려워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조각투자 시장 활성화에 대비해 수년간 신사업 채비를 해온 증권사들이 앞으로 2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각투자 사업을 처음 시작한 혁신 스타트업들에 대한 배타적 운영권이 조각투자의 제도화 이후부터 약 2년간 보장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배타적 운영의 적용 범위, 기간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6월16일부터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형태의 조각투자 상품 발행 업무가 정식으로 제도화된다.

현행법상 발행 근거가 없었던 탓에 조각투자 업체들은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임시 라이선스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샌드박스 사업자는 ▲카사(부동산) ▲루센트블록(부동산) ▲펀블(부동산) ▲뮤직카우(음원) ▲에이판다(대출채권) ▲갤럭시아머니트리(항공기엔진) 등 6곳이 있다.

6월 제도화 이후 이들은 금융위에서 신설하는 투자중개업 스몰 라이선스를 받아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임시가 아닌 정식 인허가를 받고 제도권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외 신규 사업자들은 당분간 조각투자 발행 업무가 제한될 전망이다. 초기에 혁신 사업을 키워온 이들 스타트업들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당분간 배타적 운영권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샌드박스 제도의 근거가 되는 혁신금융지원특별법에는 배타적 운영권(제23조)과 관련한 조항이 있다. 샌드박스 지정을 거쳐 인허가를 받는 경우 혁신금융서비스를 배타적으로 운영할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권리는 최대 2년까지 인정된다. 이 기간에는 혁신금융서비스와 내용·형태 등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혁신금융사업자는 금융위와 행정기관에 배타적 운영권 보호에 관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조각투자 업체들은 수년간 아무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맨땅에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일궜는데, 똑같은 사업을 대기업들이 수백억 써 진입하면 사업을 존속하기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즉, 밭을 일군 자와 과실을 따먹는 자가 따로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진 보호 정책이다.

한편 여러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맺고 조각투자 발행 업무를 준비하던 증권사들에겐 신사업 진출 시기가 더 늦어지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조각투자 제도화를 기다려온 다른 기초자산의 스타트업들은 물론 떡고물을 기다려 온 증권사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 증권사들은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거나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미 신사업을 준비 중이었다. 증권업의 본질이 증권의 발행, 중개인 만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취급이 아주 어려운 장벽이 아닌 장점도 있다.

에이판다 합작회사를 설립해 샌드박스에 미리 들어간 신한투자증권과 카사를 인수한 대신증권 정도만 상품 발행 업무에 제약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 조각투자에 도전했으나 금융위 샌드박스에서 고배를 마신 바이셀스탠다드 등 아직 샌드박스에 들지 못한 스타트업들도 당분간 사업 진출이 어려워졌다. 일부 증권사들은 샌드박스로라도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으나 지난 샌드박스 심사 문턱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본격 제도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금융위는 앞으로 추가 샌드박스를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신사업을 개척한 스타트업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면서도 보다 다양한 업체가 들어왔을 때의 소비자 편익까지 고려해 배타적 운영권 범위를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6월17일 이후 샌드박스 회사들이 인허가를 신청하면 하반기 심사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결정을 낼 예정이다.

다만 법 조항 해석이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가 넓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기한이 반드시 '2년'은 아니며 금융위가 2년 내 기간으로 결정할 수 있다. 또 이미 종합증권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증권사들은 추가로 인허가를 취득하지 않아도 조각투자 상품 발행 업무를 하는데 법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어느 선까지 배타적 운영권을 적용할 지도 관건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조항 해석이 모호하고 아직 선례도 없어서 어떻게 적용할지 상황을 두고 보는 중이다. 스타트업들이 개척한 부분을 인정해주면서 소비자 편익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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