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내 암 위험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식약처, 의료기기로 보고 판매중지 처분
法 "소프트웨어 구조상 의료기기에 해당"
"검증 부족해 수검자 치료 기회 놓칠수도"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혈액 내 암 위험도를 분석하는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에 대해 행정청이 유효성 검증 부족을 이유로 판매중지 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최근 의료기기 제조업체 A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체외진단 의료기기 판매중지 및 폐기명령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17년 7월 체외진단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받은 A사는 연구개발을 진행해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혈액의 단백질 표지자를 측정해 폐암·간암·대장암 등 8종류의 암에 대한 위험도를 0.01~1.0 사이 수치로 나타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식약처는 2023년 5월 이 소프트웨어가 체외진단 의료기기법에서 정한 '위해성 정도 2'에 해당하는 기기라고 판단, A사가 제조허가·인증을 받지않고 제조·사용했다고 봐 판매중지 및 폐기명령을 했다.
이에 A사는 해당 소프트웨어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일부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고, 특정 질병을 확진하는 용도가 아니므로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아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식약처가 사전통지와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아 행정절차법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소프트웨어가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식약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병의 소인을 판단하기 위한 성능 및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의사는 다른 추가적인 검사 없이 환자의 성별, 나이, 키 및 가족력, 생활습관 등만을 기초로 분석결과를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해당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분석결과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받지 않아 수검자가 적시에 암 치료 및 예방 기회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단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로선 유효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 이상 시중에 제공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 과도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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