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개설 희망 비영리법인 회의록 "정읍에서 돈 벌자"
시 관계부서 회의록 내용 제쳐두고, 엉뚱한 전북도 지침만 주장
이학수 정읍시장의 외로웠던 정무적 판단은 '불허'
[정읍=뉴시스] 김종효 기자 = 전북 정읍지역 내 아동·청소년 전문 의료기관의 개설인가를 놓고 잘못된 해석 및 행정으로 일관하는 정읍시와 비윤리적 관점에서 의료기관을 개설코자 하는 법인의 다툼이 일고 있다. 사실관계가 정확히 전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청소년 전문 의료기관 개설을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보고 있는 시민들만 혼란스런 상황이다.
21일 전북도 및 보건복지부 등에 확인한 결과 정읍시의 잘못된 행정과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해당 법인의 비윤리적 관점 및 사실상 무자격인 실태 등이 드러났다.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비영리 A법인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의 법인이다. 이 법인은 정읍시가 의료법 및 동법 시행령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전북도의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기준' 지침 등을 과도하게 적용하면서 인가가 불허됐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정읍시는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전북도의 지침이 도지사의 권한에 묶여 있고 조건이 부합하지 않아 인가를 논할 수 없는 상태라 맞섰다. 또 해당 법인이 개설코자하는 의료기관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인의 개설 희망 의료기관은 29병상의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신고' 절차 및 시장·군수와의 협의가 조건이다. 30병상 이상일 경우에는 '병원급'으로서 '허가'가 필요하고 그 권한과 협의의 주체는 광역단체장 즉 도지사다.
정읍시는 의료법상 병원과 의원이 허가와 신고로 구분되는 과정은 맞지만 신사업을 계획한 법인은 정관의 개정이 필요하고 그 정관개정과 협의는 이를 통합해 도지사의 권한으로 정리해 놓은 전북도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지침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주장까지 더했다.
반면 법인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신고 및 정관변경, 그에 따른 협의주체는 모두 정읍시이며 정읍시장의 권한이 오롯이 유지되므로 정읍시가 판단해야 할 일이지 전북도 지침의 준용은 월권 해석이란 주장이다.
사실 정읍시가 이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불허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법인의 신사업 즉 의료사업 의사결정이 정당하며 합리적 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제출받은 회의록이 문제가 됐다.
법인 회의록에는 당시의 대표이사 등이 횡령 등으로 법인에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사실이 담겼다. 또 이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묻는 과정에서 정읍에 신설할 의료기관에서의 수익으로 메꾸겠다는 등의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상 영리 추구를 금하는 의료법인이 지역 아동·청소년의 건강을 담보로 수익을 내겠다는 노골적 표현에 정읍시는 아연실색했다. 여기에 입원병상 의원임에도 야간진료와 주말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사업계획도 탐탁지 않았다. 결국 정읍시는 해당 법인의 지역 내 의료기관 개설 및 진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정읍시의 행정은 이 지점에서 전혀 다른 문제 또는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어 냈다. 의료사업이라는 신사업을 위해 해당 법인이 선결해야 하는 정관변경의 권한 및 협의주체를 법률과 다르게 해석했다. 의료법보다 전북도의 지침이 우선이라는 잘못된 설명으로 법인의 발길을 돌려세웠고 문제가 커졌다. 정읍시보건소 관계자들은 이 지침에 법적 구속력이 있어 시장·군수의 권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 정읍시의회 의원들이 이를 확인하고자 공식질의를 했을 때에도 같은 답변을 늘어놨다.
이를 두고 전북도 관계자는 의원급 개설에 대한 권한은 의료법이 명시한 대로 도지사가 아니라 시장·군수이며 이 지침은 권고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한다. 애초부터 '법적 구속력'이란 법률에 있는 것이지 법을 해석한 자치단체의 지침에 구속력이 있다는 해석은 어불성설이다. 시장을 보필해야 할 공무원이 스스로 시장의 권한을 위축시켜 버린 초유의 사안이다.
추가적 확인 결과 이보다 더 황당한 실태가 드러났다. 이 지침조차도 준용의 여부를 가릴 필요 없이 아주 단순한 지점에서 문제의 결론과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법인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즉 법인의 모태가 산자부이므로 의료법이나 전북도의 지침이란 잣대를 대기 전에 산자부로부터 신사업 포함에 필요한 정관변경이 선행됐어야 했다. 매우 기본적인 사안이다. 산자부 자체가 지난해 6월 정읍시로부터 접수한 "해당 의료기관 불필요" 의견에 따라 법인의 정관변경을 불허했고 그와 동시에 사안은 종결됐다. 애초부터 절차의 순서상 해당 법인이 정읍시와 의료기관 개설을 놓고 대화할 지위나 자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정당치 못한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의도 때문에 정무적인 판단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때 행정적 근거로서 뒷받침해야 할 해당 부서가 단순한 사실적 쟁점을 망각한 채 불완전 의견을 시장에게 보고했고 엉뚱한 답변만으로 분쟁을 장기화시켰다. 이 때문에 정읍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겼던 해당 법인이 정읍시민에게 오해를 불러와 정읍시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여론전까지 벌이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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