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차관, 국립대에 "등록금 동결" 당부…총장들은 "재정 확대" 요구(종합2보)

기사등록 2025/01/08 17:33:39 최종수정 2025/01/08 17:50:26

고창섭 충북대 총장 등 국총협 대표단 2명 참석

"어려운 시기"…등록금 동결 동참 거듭 당부해

총장들 "대학 특별회계 일몰…재정 더 늘려야"

교육부 수용 가능성 높지만…대학들 고민은 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 2025학년도 등록금 관련 거점국립대학총장 협의회' 영상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1.0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국립대 총장 협의체 대표단을 만나 "거점국립대학에서도 등록금을 동결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8일 당부했다.

총장들은 올해 말 대학 특별회계 일몰을 앞두고 재정 확충과 규제 완화 등 추가적인 지원책을 건의했으며 회의 내용을 신중히 검토해 인상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오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국총협)와 화상회의를 열고 "민생의 어려움과 엄중한 시국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등록금을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 차관은 "그간 등록금 동결 기조로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 어려운 시기에 특별히 국립대가 등록금 동결에 협력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당초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어려움에 대해 기탄 없이 말해 주면 잘 듣고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는 지난 6일 등록금 인상 여부를 고심하는 지방 거점 국립대 총장들의 요청으로 마련됐으며 고창섭 국총협 회장(충북대 총장)과 양오봉 전북대 총장만 참석했다.

당초 교육부는 이날 오전까지 국총협에 참여 중인 비수도권 국립대 9개교 총장들 전원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회의를 앞두고 "충북대 총장을 비롯한 대표 2명만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 참석하기로 했다"고 정정했다.

대학 등록금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높은 등록금이 사회적 논란이 되자 2010년 고등교육법에 물가인상률과 연동된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제가 마련됐다. 올해는 전년 대비 5.49%가 최대 상한선이다.

교육부는 대학생 반값등록금 투쟁 등 사회적 여론 악화로 지난 2012년 국가장학금 Ⅱ유형 제도를 추가로 마련해 등록금 인상을 사실상 봉쇄해 왔다. 등록금을 높이거나 교내 장학금을 줄이면 국고 장학금을 주지 않는 형태다.

지난 2009년부터 규제가 일부 도입되면서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들도 나왔지만 대학 전반에 동결 기조가 굳어진 것은 2012년도부터로 올해가 14년째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 '등록금 인상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지난 2012년 국가장학금 규제 도입 후 동결이 유지돼 왔던 대학 등록금이 14년 만에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학부 등록금을 올해 법정 상한선 최대치인 전년 대비 5.49%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025.01.08. scchoo@newsis.com
그러나 2023년도부터 고물가로 상한선이 높아지면서 국가장학금을 포기하고 인상을 강행하는 대학이 나오고 있으며 올해는 서울 주요 사립대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서울 주요 사립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서울 국민대(4.97%, 신설학부 제외 3.8%)와 서강대(4.85%)가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연세대가 학부 등록금을 법정 상한선인 전년 대비 5.49% 올리는 안을 유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151개 회원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한 90개교 중 53.3%인 48개교가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힌 곳도 38개교(42.2%) 있었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12월31일에도 총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2025학년도 등록금 동결을 거듭 요청했다.

올해는 교내장학금을 전년 대비 10%까지 줄여도 등록금을 동결하면 국고를 주는 등 '당근'까지도 꺼내 들었다.

오 차관은 "학생들의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 걱정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국가장학금 예산이 약 6000억원 증액돼 지원 인원이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대되고 근로장학금 수혜 인원도 14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확대되는 등 국가 장학 혜택이 증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아울러 학교의 재정이 장학금 지원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 개선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으니 함께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부는 회의 종료 후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총장들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고특회계)을 언급하며 재정 확충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고특회계는 유·초·중·고 지방교육재정에 투입되던 교육세 세입 일부를 활용해 대학 재정에 투입하도록 정한 특별회계로 지난 2023년 마련돼 올해 말 법적 시한이 끝난다.

총장들은 아울러 재정지원사업의 유연성을 제고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안도 내놨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통상 특정 목적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교수 인건비나 공과금 등 경상비로는 활용하기 어려운데 규제를 더 풀어 재정 부담을 덜어 달라는 취지라고 한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9월11일 교육부가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4’에 따르면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지난 2021년 기준 1만5858 PPP달러(1312만원)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다.  'GDP 대비 정부 재원 공교육비 비율’은 고등교육(대학) 부문이 0.7%로 OECD 평균(1.0%)보다 0.3%p 낮았다. 대학 등록금의 경우 한국은 지난 2022년 기준 국공립대(5171 PPP달러)는 자료 제출 24개국 중 6번째, 사립대(9279 PPP달러)는 13개국 중 5번째로 높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 요구는 대학 재정 여건이 예년만 못하다는 인식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는 의식에서 국립대도 확충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한 것"이라며 "고특회계 일몰을 고려해 재정을 확충하고 각종 사업 유연성을 확대하는 일은 재정 당국과 국회 동의를 구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고특회계 연장과 대학 재정 확충에 호의적인 기조인 만큼 총장들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최근 국무회의에 보고한 '고등교육 재정지원 기본계획 2025~2029'에서는 고특회계 유효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세출범위(재원 활용 가능 범위)를 고쳐 전략적 투자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총장들이 교육부의 요청을 수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2009년부터 등록금을 올리지 않던 서울대가 앞서 동결을 결정하는 등 정부 정책 기조에 많은 영향을 받는 국립대가 동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비수도권 국립대는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등록금을 인상해 우수 교직원을 채용하고 낙후한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고민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듬해 민생고를 악화시킬 수 있는 등록금 인상은 쉽지 않을 수 있고, 서울 사립대만 등록금을 올리면 재정 여력에 대한 격차도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국총협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조만간 총장협의체 회의를 열고 등록금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후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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