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 장관 "예비 결론, 무기에 의한 외부 충격"
美커비 "초기 징후 발견…현재 조사 진행 중" 신중
러 "결론 나올 때까지 평가할 권리 없다" 말 아껴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아제르바이잔이 이틀 전 추락한 엠브라에르 190 아제르바이잔항공 J2-8243편 사고 원인이 무기에 의한 외부 충격으로 보인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각) AP 등에 따르면 라샤드 나비예프 아제르바이잔 디지털개발 및 교통부 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의 예비 결론은 외부 충격"이라고 밝혔다.
나비예프 장관은 "충돌에 사용된 무기의 종류는 조사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여객기 추락이 러시아 대공 미사일 때문이라는 예비조사 결과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초기 징후를 발견했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결론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 정보를 갖고 있는지, 육안 평가를 기반으로 한 전문가 정보에 입각한 추측에 의존한 것인지엔 "네"라고만 짧게 답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J2-8243편은 지난 25일 승무원 5명과 승객 62명 등 총 67명을 태우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방향을 틀어 카자흐스탄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38명이 사망했으며, 29명은 부상을 입었다.
생존한 승객과 승무원들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항공기가 그로즈니 상공을 선회할 때 큰 소음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소음이 밖에서 무언가 비행기를 때리는 소리와 같았다며, 기내에서 산소통이 폭발했다는 카자흐스탄 측 주장을 부인했다.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 폭발음이 들렸다며, 상공에서 두 번의 폭발이 있었고 한 시간 반 뒤 비행기가 땅에 추락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러시아는 말을 아끼고 있다.
드미트리 야드로프 러시아 연방항공청 청장은 이날 여객기가 짙은 안개 속에서 그로즈니에 착륙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우크라이나 드론이 이 도시를 겨냥했다며, 당국은 항공 교통 통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기장이 두 차례 착륙 시도에 실패한 뒤 다른 공항을 제안받았지만, 카스피해 건너 카자흐스탄 악타우로 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비행기 후미에 보이는 구멍으로 비춰 러시아 방공 시스템 공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 한 일부 전문가 견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관련 주장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며 "사고는 조사 중이며 결론이 나올 때까진 어떤 평가도 할 권리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은 이번 사고가 불특정 "물리적 및 기술적 간섭"에 의한 추락이라며, 러시아 8개 도시로 취항하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포함해 6개 도시로 향하는 항공편은 계속 운항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항공도 이날 수도 아스타나에서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행 항공편을 한 달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플라이두바이도 러시아 남부 소치와 미네랄리예보디 항공편을 며칠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엘알 항공도 전날 "러시아 영공 상황"을 이유로 텔아비브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 다음주 상황을 재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2014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비행하던 중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한 바 있다. 탑승자 298명 전원 사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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