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기독교인, 무거운 불안감 속 성탄 축하
과도정부 탄압 우려…다른 극단주의 세력 공격도
수도선 항의 시위…"차별 방지 헌법상 보장해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 붕괴 이후 기독교인들에 대한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종교 갈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기독교인들은 무거운 불안감 속 성탄절을 축하했다.
성탄절 전날 다마스쿠스 거리는 국기와 화환, 조명 등으로 장식됐다. 크리스마스트리로 내부를 꾸민 식당도 있었다.
시리아 기독교인들은 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건 기쁘다면서도,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의 과도정부가 자신들을 탄압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HTS는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알카에다와 연계됐었다. 경쟁 단체에 가입·협력하거나 신성 모독, 간통 등 혐의로 기소된 주민들을 처형하는 등 엄격한 이슬람 통치를 한 이력도 있다.
HTS 수장이었던 과도정부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는 알카에다와 진작 단절했다며, 다른 형식의 이슬람 통치를 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시리아 소수 민족과 종교 종파 보호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성탄절을 앞두고 기독교인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다른 무장 세력이나 극단주의자에 의한 공격 우려도 있다. 시리아 인권 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18일 하마의 한 교회에서 신원 미상의 총격범이 총을 난사하는 등 여러 건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저녁에 하마 인근 기독교인 마을인 수카일라비야 중앙 광장에 설치된 성탄 트리가 괴한들에 의해 불에 타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 공유된 영상에 따르면 한 HTS 관계자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트리를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독교 공동체 사이에선 이 같은 공격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감돌고 있다.
지난 24일 다마스쿠스에는 수백 명이 시위에 나서 "우린 기독교인들의 권리를 요구한다"고 항의했다. 일부는 "우리의 해결책은 십자가와 소총 두 가지다"라는 과격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기독교 측은 과도정부에 신도들 보호와 차별 방지를 헌법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프렘 시리아 총대주교는 교회위원회와 과도 정부가 면담했다며 "새 헌법에 공동체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아 인구 약 74%는 수니파 이슬람교로, 약 13%는 알라위파·이스마일파 등 시아파로 구성돼 있다. 기독교 인구는 시리아 내전 발발 전 10%에서 2.5%가량으로 대폭 줄었다. 3%는 시아파 분파에서 갈라진 드루즈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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