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독립 언론 메두자·메디아조나 보도
"현장 영상서 여객기 꼬리 부분 타격 흔적"
앞서 안개로 인한 사고·새 떼 충돌설 거론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아제르바이잔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으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가운데 방공미사일 요격설이 러시아 독립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메두자, 메디아조나 등은 25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항공 민항기 미사일 격추설을 타전했다.
메두자는 현장 영상과 러시아 블로거 주장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매체는 "추락 현장 영상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기는 분명 어렵다. 이 영상은 비행기 꼬리 부분에 대공미사일 타격이 있었다는 증거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다른 군용기·민항기 잔해와 관련한 충분한 사진·동영상 증거가 있다. 격추된 비행기 표면에 비슷한 구멍이 있는 경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일부 승객은 외부에서 큰 파편이 엠브라에르 항공기에 부딪혔다고 알렸다"라며 "이 영상에는 기내 압력이 떨어지고 파편으로 인해 좌석에 구멍이 뚫린 모습과 부상자를 치료할 붕대가 있는지 묻는 승객 모습이 담겨 있다"고 적었다.
메디아조나도 꼬리 부분에 기체가 관통된 부분을 근거로 항공기 요격설을 언급했다. 동시에 여객기가 추락한 당일 오전 체첸공화국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방공체계가 작동했던 점을 거론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보도는 모두 러시아가 방공미사일을 이용해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를 공격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격의 고의성은 불분명하지만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오인 사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
아제르바이잔 현지 매체 리포트.AZ는 현장에서 블랙박스가 발견됐다고 알렸다. 이는 추후 사고 원인 규명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가던 엠브라에르-190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악타우시에서 3㎞가량 떨어진 지역에 긴급히 착륙하는 과정에서 추락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비행기 탑승자 국적은 아제르바이잔(42명), 러시아(16명), 카자흐스탄(6명), 키르기스스탄(3명) 등으로 모두 67명이 항공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38명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이튿날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처음 외신은 체첸 공항 관계자를 인용해 사고 원인으로 짙은 안개를 지목했다. 하지만 러시아 민간 항공 당국은 조사 결과 항공기가 새 떼와 충돌한 뒤 긴급착륙을 시도했으나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제르바이잔항공은 해당 여객기가 지난 10월18일 최신식 기술 조사를 통과했다며 해당 기체는 2013년 제작돼 비행시간 1만5257시간, 착륙 횟수 9949회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검사 뒤로도 671시간을 더 비행했다고 덧붙였다.
AP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에는 항공기가 가파른 하강을 하다가 위아래로 흔들린 뒤 지상에 부딪히면서 불덩어리로 변하는 장면이 담겼다. 플라이트레이더24 비행 추적 자료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악타우 공항에 근접한 뒤 지상에 충돌하기 전 위아래로 고도가 크게 움직인 기록이 있다.
다른 영상에서는 동체의 일부가 날개에서 떨어져 나가고 나머지 항공기는 풀밭에 거꾸로 누워 있는 모습이 담겼다.
AP는 플라이트레이더24를 인용해 항공기가 강력한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에 직면했으며 러시아는 과거에 더 넓은 지역에서 GPS 전송을 방해한 것으로 비난받아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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