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정재익 기자 = 국보 제109호 아미타여래삼존 석굴로 유명한 대구시 군위군 대한불교조계종 제2석굴암에서 사찰 소유권을 놓고 신도들이 스님을 고소하고 스님 간 폭행이 발생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26일 사찰 관계자에 따르면 제2석굴암 신도 2명이 A스님을 횡령 및 절도 혐의로 군위경찰서에 고발했다.

접수된 고발장에는 지난 8월1일 제2석굴암 주지였던 법등스님이 입적해 영결식과 다비식이 치러지던 중 A스님이 고인이 생전 사용했던 금고를 몰래 열어 내용물을 가져갔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당시 금고 안에는 법등스님의 유언장과 현금, 귀금속, 사찰 운영 관련 정보가 담긴 USB 등이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장에는 제2석굴암은 법보(法寶)를 보유한 사찰(寺刹)이므로 본인이 입적하면 개인이 아닌 조계종이 직접 관할하는 공찰(公刹)로 운영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A스님은 사찰의 승계권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지난 1961년 법당을 처음 지은 창건주의 건당상좌(속세의 양자 격)라는 것이다.

신도 B씨는 "법등스님이 금고를 문도(파계사) 스님들과 신도들이 있는 장소에서 공개하라는 유지를 남겼음에도 A스님은 몰래 금고를 열고 내용물과 함께 숨겼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신도 C씨는 "본찰(本刹)인 파계사의 조실(큰 사찰의 제일 어른 스님) 도원 큰스님께서도 제2석굴암을 조계종 공찰로 등록하라는 교시(문서로 지침을 알림)를 발표했음에도 A스님이 따르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신도들은 사찰 내 다른 스님이 A스님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법적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스님은 "본인은 적법하게 상좌로 이 사찰에 왔지만 신도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유언장은 법등스님의 자필이 아니고 구두로 말한 것을 신도들이 타이핑한 것이라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폭행 건에 대해서는 "언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서로 밀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본인도 맞았고 진단서도 있다"고 설명했다.

군위경찰서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됐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아직 모른다"며 "만약 혐의가 인정된다면 검찰로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jik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