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계엄 이후 정국 혼란에…"가장 필요할 때 대응 못 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각) '인질 상황: 트럼프 관세에 맞선 싸움에 한국은 마비돼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으로 인한 한국의 대응 미비와 기업의 우려를 상세히 다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기업이 수출 보호 등을 위해 로비 노력을 펼쳤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시도 및 이후 벌어진 정국 혼란이 이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게 FT 기사의 요지다.
FT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미 투자 기업에 대한 후한 보조금을 재검토하고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해 왔다"라며 "여기에는 미국의 동맹과 최대 교역 파트너도 포함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보호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 키를 잃어버렸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부재"는 물론 "마비"라고 자조하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바이든 정부에서 수십억 달러 대미투자에 나선 한 대기업 인사는 FT에 "가장 필요할 때 정부의 그 누구도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라며 투자금 회수도 불가능해 "인질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으로 업계는 전기차·배터리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보조금 폐지와 대규모 관세 부과를 우려 중이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FT는 아울러 "더욱 공격적인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에 한국 반도체 산업도 노출된다"라고 했다. 또 한국이 이미 중국과의 수출 경쟁 심화 및 차입 급증, 내수 약화 등 힘든 시기에 이런 위협에 노출됐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여한구 피터슨연구소 선임위원은 이번 계엄 정국 전에도 "한국이 느껴온 것은 공황과 맞닿은 패닉이라고 묘사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불필요하게 우려에 잠식될 필요는 없다고 그는 짚었다. 트럼프 1기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최근 활발한 대미투자와 그로 인한 미국 경제 기여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한국에서의 일부 공포는 "과장됐다"라며 "한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에 기여했고, 이 때문에 미국의 성벽 안에 자리 잡아 마땅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이뤄진 '과거 투자'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주요 산업 연맹의 한 임원은 FT에 "한국이 최대 대미 투자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했다"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과거보다는) 앞으로 한국 기업이 뭘 할지에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응 노력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 전력이 있는 '매파' 피터 나바로가 2기 행정부 수석 경제고문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우려할 부분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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