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기 안 끄고 점검하던 근로자 끼임사…업체 대표 집행유예

기사등록 2024/12/25 17:16:08
[인천=뉴시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동종재해 예방 목적으로 제작한 OPS에 '전단기 정비 작업 중 끼임' 사고 사례가 실렸다. (사진=안전보건공단 제공) 2024.12.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전단기를 정지하지 않고 점검하던 근로자가 설비 사이에 끼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황윤철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알루미늄 압연·압출업체 대표 A(68)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원은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당 업체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1일 오후 3시17분께 인천 남동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중국 국적 근로자 B(57)씨를 설비 사이에 끼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알루미늄 빌렛(형강으로 압연하기 전 둥근 환봉 또는 긴 사각바 형태의 반제품)이 전단기 내부에 걸려 배출되지 않자, 근로자 B씨는 전단기를 정지하지 않은 채 배출구 방향에서 걸림 현상을 해결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전단기가 작동하면서 B씨는 배출 플레이트와 리프트 턴 장치 사이에 끼였고, 가슴과 배 부위를 크게 다쳐 같은 날 오후 4시26분께 결국 숨졌다.

앞서 해당 전단기는 사고 발생 7일 전 신규 설치됐는데 30분 간격으로 알루미늄 빌렛 걸림 현상이 발생해 납품 업체에 보완 수리를 요구한 상태였다.

또 숨진 B씨를 비롯해 전단기 관리 근로자들은 걸림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전단기 전원을 정지하지 않은 채 쇠지렛대를 배출구에 넣어 빌렛을 치는 방법 등으로 이 현상을 해결했다.

검찰은 A씨가 소속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전단기 운전을 정지한 후 알루미늄 빌렛 걸림 현상을 해결하도록 조치해야 할 안전조치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그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황 판사는 "A씨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의 유족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시정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고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동종재해 예방 목적으로 제작해 제공하는 OPS(One Page Sheet)에 '전단기 정비 작업 중 끼임' 사례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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