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25년 이상 전 세계 프린터 시장 '1위'
"미래엔 소수 기술력 갖춘 회사 살아남아"
삼림 복원 등 지속가능성 활동도 선도
민경삼 HP코리아 전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올드한 느낌의 프린트 산업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민 전무는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인간의 수요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뽑아내는 것이 프린팅이고, 이 산업을 주도하는 HP는 미래에도 계속 선두를 지킬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HP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민경삼 전무는 "프린팅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고, 한국은 전 세계에서 10위 안에 들 정도로 시장이 크다"고 밝혔다.
25년 넘게 전 세계 프린터 시장 1위를 지켜온 HP는 올해에도 글로벌 시장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하며 이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솔루션이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은 HP 입장에선 고객이자 파트너인 셈이다.
민 전무는 "한국은 솔루션과 서비스, 하드웨어 등 전체 프린팅 시장에서 전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다"며 "그렇다보니 일본을 비롯한 많은 공급업체들은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린팅 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소수의 리딩 업체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 전무는 "미래 프린팅 산업은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수 회사만이 지속될 것"이라며 "그 소수 회사 중에서도 결국 HP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단적으로 현재 프린터 업계는 최신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프린팅 과정을 자동화하고, 더 간편한 인쇄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AI 및 머신 러닝 기술을 접목한 프린팅 기술은 단연 주목받고 있다. 이 추세에 맞춰 HP는 올해 프린터 기기와 생성형 AI 서비스를 결합한 'HP 프린트 AI'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사진을 꾸미고 자동으로 확대하는 기능, 불필요한 여백이나 광고를 자동으로 구성하는 기능, 스캔한 문서의 유형을 인식하고 주요 정보를 추출하는 기능 등 비즈니스 편의성을 높여주는 다양한 솔루션이 담겨 있다.
민 전무는 "HP는 AI가 유행하기 전부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프린팅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며 "여기에 AI가 만나 더 빠르고 더 크게 프린팅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적으로 HP는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복합기 유지 관리를 미리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주는 '스마트 디바이스 서비스'를 이미 2016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프린터 부품의 소모나 마모 정도를 미리 측정해 적시에 교체 서비스를 제공해 기기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HP 자체 테스트 결과 서비스 비용을 최대 20%까지 절감해줬다.
철저한 보안도 HP의 강점이다.
민 전무는 "과거에는 해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비가 프린터일 정도로 보안에 소홀했다"며 "모두 노트북이나 컴퓨터만 신경 썼지 그것들과 연결되는 프린터 보안은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HP는 그러나 모든 상호작용이 신뢰할 수 없다는 전제인 '제로 트러스트' 원칙 아래 모든 보안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있다. 2019년 9월 기업들에게 통합 보안 솔루션인 '울프 시큐리티'를 처음 선보이며 멀웨어, 펌웨어 공격 등으로부터 기기와 데이터를 보호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보안 기능은 모든 고객들에게 사실상 공짜로 주고 있다"며 "향후 AI와 접목되면 더 많은 보안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속가능성도 HP를 대표하는 핵심 사안이다.
민 전무는 "기업들이 주로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하면 플라스틱 줄이기와 재활용만 생각하는데 환경 오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해양이다"며 "HP는 많은 돈을 들여 해양 플라스틱을 모아 재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HP는 바다로 흘러갈 위험이 있는 해양 플라스틱을 적재적소에서 수거해 제품 제작에 활용하고 있고, 2016년부터 총 2305t의 해양 플라스틱을 수거했다.
또 프린팅 산업에서 많이 쓰는 종이를 고려해, 삼림 복구에 도움을 주는 활동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
민 전무는 "프린팅 산업에서 가장 많이 환경을 해치는 건 잉크나 토너가 아니라 바로 종이로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HP는 연간 판매량에 걸맞는 종이를 계산해 그 사용량 이상의 삼림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실제 HP는 2021년 WWF(세계자연기금)과 협업으로 뉴욕주의 5배에 달하는 숲을 조성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민 전무는 "HP가 프린터 회사지 종이 회사가 아니지 않느냐고 하는데 프린터 회사도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업무가 지속가능성 관련 업무"라고 했다.
민 전무는 1997년 HP에 입사해 20년 이상 프린트 사업을 전담해 왔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과정을 마쳤으며, 입사 후 잉크젯과 레이저젯 사업의 영업 전반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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