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혼란에 정상 외교 중단…마크롱 방한 연기 가능성
마크롱 '인태 전략' 강력 드라이브…韓은 핵심 협력국
佛도 정치적 혼란…인태 전략은 차기에도 이어갈 듯
[파리=뉴시스] 이혜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정상 외교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한국과 프랑스 간 협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내년 예정됐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도 한국의 '정상 공백' 상태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각)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과 프랑스 양국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놓고 조율 중이다.
당초 프랑스 측은 2025년도 하반기 방한을 목표로 일정을 추진 중이었지만, 현재 대통령 직무 정지 상황과 정치적 혼란 장기화 가능성 탓에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마크롱 '인도·태평양 전략' 강력 드라이브…美·中 경쟁 속 다자주의 추진
2기 임기 후반부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은 핵심 국가 중 하나다.
프랑스가 레위니옹, 마요트, 뉴칼레도니아 등 인도·태평양 내 해외령을 보유한 만큼, 마크롱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주권 및 지정학적·경제적·문화적 영향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중 경쟁 속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중국이 태평양 도서 지역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미국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제3 국가들이 여러 방면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해 다자주의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프랑스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노선 필요성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2기 출범을 앞두고 '신고립주의'를 천명하면서,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은 "우린 EU가 광범위한 문제, 특히 국방 및 전략 분야에서 미국 결정에 의존하지 않길 바란다"며 "더 강력하고 독립적이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위기와 주제에 대해 독자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는 EU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韓과 다방면 협력 기대…"신기술·문화 강국"
프랑스는 특히 한국에 적극 문을 두드리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초 국가 홍보 캠페인 '메이크 잇 아이코닉'(Make It Iconic)과 투자 유치 캠페인 '추즈 프랑스'(Choose France) 신규 대상 국가로 한국을 포함했다.
한국 맞춤형 홍보 캠페인을 벌여 프랑스 매력을 알리고 인적 및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프랑스는 2021년 발족한 '2030 프로젝트'를 통해 생명공학, 농업, 원자력,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 1기 임기 중 단행한 노동법 개혁으로 프랑스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변모했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한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신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기술 강국'인 만큼 관련 투자 유치와 프로젝트를 기대하고 있다. '전통 문화 강국'인 프랑스와 '신흥 문화 중심지'인 한국 간 문화 협력도 추진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 방한에서 관련 논의가 진전될 예정이지만,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면 결국 양국 협력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마크롱도 최대 정치적 위기…임기 못 채운 채 사임 가능성도
마크롱 대통령 역시 자국에서 정치적 시험에 직면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소속 중도 연합이 대패하자 조기 총선이라는 최대 도박을 걸었다. 하지만 어떤 정당도 절대다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의회가 출범했다.
내년도 예산안 문제로 갈등을 빚던 중 이달 초 결국 의회의 정부 불신임으로 62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중도 성향의 베테랑 정치인 프랑수아 바이루를 새 총리로 지명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향후 교착 상태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임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사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기 佛정부, 인태 전략 이어갈까…"정당 뛰어넘는 공통 관심 지역"
차기 프랑스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31.37% 득표율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은 프랑스 주권 강화와 자국 이익 우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엔 회의적이다.
인도·태평양 관련 구체적인 방향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프랑스 우선주의' 기조에 비춰볼 때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7월 프랑스 총선에서 제1당을 확보한 좌파 성향 신인민전선(NFP)도 다자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인도·태평양은 정당 간 차이를 뛰어넘는 공통된 관심 지역이라는 입장이다.
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인도 태평양에서 노력이 유럽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며 "인도 태평양은 여전히 프랑스에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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