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계에 따르면 올 연말 식품업계 오너 3·4세들의 고속 승진이 잇따르고 있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리온그룹은 이날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담서원 한국법인 경영지원팀 상무를 전무로 승진했다.
담 상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1989년생으로 뉴욕대에서 커뮤니케이션 학사학위, 베이징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 취득,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2년간 근무했다.
2021년 7월 오리온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부서인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1년5개월 만인 이듬해 12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담 상무는 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과 관리,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전반에 걸친 실무 업무를 수행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올해 계열사로 편입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오리온의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법인 이성수 대표이사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월 중국 법인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래 간접 영업체제 정착과 현지화 전략 강화를 통해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1년 오리온에 입사해 생산, 해외지원팀을 거쳐 2000년부터 중국 법인에서 근무 광저우 공장장, 베이징 랑방공장장, 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중국 사업 전문가다.
국내 라면 시장 1위인 농심은 2025년 정기인사에서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2021년 말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한 지 3년 만이다.
이와 함께 신 상무의 누나 신수정 음료 마케팅팀 담당 책임도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했다.
1993년생인 신 실장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한 후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2019년 3월 농심 경영기획실에 입사했다. 그는 2021년 말 29세 나이로 농심 구매실장에 오르는 등 첫 20대 임원이 돼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농심 그룹에서 신 실장이 경영 승계 1순위로 거론된다.
삼양사의 삼양그룹에서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1983년생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사장이 화학2그룹 부문장을 맡았다.
김 사장은 삼양그룹 4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화학그룹을 화학1그룹과 화학2그룹으로 분리했다. 이 가운데 김 사장이 화학2그룹의 그룹장을 겸직해 관련 사업을 더욱 성장시킬 계획이다.
화학2그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소재 전문기업인 삼양엔씨켐과 소재 전문기업 케이씨아이(KCI), 지난해 인수합병한 글로벌 케미컬 기업 버든트 등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 계열사로 구성된다.
다만 삼양라운스퀘어(삼양식품)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너가의 승진은 없었다.
임원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현 직급에서 더 성과를 내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29살 나이에 상무로 승진했다.
지주회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졸업 뒤 2019년에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했다.
롯데보다 먼저 임원인사를 단행한 CJ그룹 인사에서는 오너가의 승진은 없었다.
그룹의 글로벌 식품 사업을 이끌며 승계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이지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CJ가(家)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는 유임됐다.
임원으로 승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현 자리에서 성과를 내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선호 실장은 지난 2022년 정기인사에서 경영리더(임원)직에 오른 후 글로벌 식품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경후 실장도 같은 2022년 인사에서 CJ ENM 경영리더로 승진해 임원직에 올랐다. 승진은 없더라도 두 남매의 사업부 내 영향력과 권한은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오너 3·4세가 그룹의 핵심 사업을 맡거나 고속 승진하는 등의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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