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음주 운전을 제지하는 시민을 매달고 그대로 운전한 남성들의 정체가 '군의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JTBC '사건반장' 이달 19일 방영분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횟집에서 남편과 식사하던 중 술에 취한 남성 4명이 식당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사고가 날까 우려했던 A씨 부부는 해당 차량 앞을 막아선 뒤 경찰에 신고했음을 알렸으나, 이들은 낄낄대며 웃었다.
음주 운전 차량을 이대로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A씨는 차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몰았다. 급기야 운전석 뒷좌석에 앉은 남성이 욕설을 뱉으며 조롱하고 팔을 때렸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혹시 몰라서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신고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도 차를 움직였다"며 "'서세요. 서세요' 하면서 따라가다가 도저히 못 따라갈 것 같아서 차에 매달렸다. 운전석 뒷좌석에 앉은 분은 욕하고 웃고 이런 식으로 계속 (저를) 조롱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A씨 부부가 촬영한 영상에는 "우리 집 가서 한 잔 더 할까?" "우리 같이 가자" "근데 가다가 사고 나면 어떡해?"라고 말하며 계속 웃는 남성들의 모습과 함께 이들이 A씨를 매달고 주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실랑이는 이어졌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운전자는 대뜸 A씨에게 "저는 군의관이고, OO부대 소속이다. 어디 소속이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해당 지역 해군사령부에서 근무 중인 중위, 대위 계급의 군의관이었다. A씨가 현역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부르자, 운전자는 A씨의 아버지에게도 소속을 물었다고 한다.
당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으로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운전자는 음주 운전 및 특수상해 혐의, A씨의 팔을 쳤던 남성은 음주 운전 방조와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군사법원에 각각 "A씨가 차에 매달려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주행했다"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매달려있었는데 인지 못 할 리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달 운전자의 음주 운전 혐의만 인정해 벌금형 800만원을 선고했다. 다른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내렸다.
A씨는 "왜 나머지 혐의가 무죄가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사건이 일어난 때가 해군사령부 훈련 기간이었다"며 "판결 결과에 납득하기 어려워 항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동승자 2명에 대해선 기소조차 안 된 것 같다"며 "전문사관이 음주 운전을 하고 부적절한 일탈을 했다면, 그만큼 엄벌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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