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가업상속 깎아주는 세금 1년새 7배↑…정부, 추가 완화 예고

기사등록 2024/12/23 06:00:00 최종수정 2024/12/23 07:14:23

작년 중견기업 가업상속공제액 1889억원

전년比 600% 증가…건수도 7건 늘어 26건

매출액 기준 5천억·공제한도 600억 확대 영향

올 세법개정 좌초에도 "내년 추가 완화 추진"

전문가 "밸류업·스케일업·지역발전 모두 어렵다"

[서울=뉴시스]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윤석열 정부들어 개편한 가업상속공제 세법 개정 영향으로 중견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때 깎아주는 세금의 규모가 1년새 7배 이상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가 세 부담 완화를 예고하고 있어 상속세 제도가 형해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견기업 가업상속공제금액은 1889억4500만원으로 2022년 대비 600% 증가했다. 건수는 2022년 18건에서 26건으로 7건 증가에 그친데 비해 공제금액이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중소기업의 경우도 공제건수와 금액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제건수는 지난 2022년 129건에서 162건으로 44% 늘고, 공제금액은 3159억6000만원에서 6488억2200만원으로 105% 늘었다. 1년 만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제금액이 각각 7배,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상속·증여세 감세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가업승계를 원활히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가업상속이 아닌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세법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여기에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매출액 기준을 완화하고, 공제한도는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논의 단계에서 축소됐으나, 기존 제도 대비 매출액 기준은 5000억원 미만으로 올랐고 공제한도는 최대 6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개편안은 지난해부터 적용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가업상속공제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4.10.11. xconfind@newsis.com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들어 전폭적으로 개편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난해부터 공제금액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나 유산취득세 전환 등은 국민적 저항이 심하니 가업상속 공제 형태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추가적인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에는 밸류업과 스케일업 우수 기업,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및 공제한도 상향안이 담겼으나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는데, 이를 재추진한다는 것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사실상 그 기업을 계속 가업상속을 하는 한 (상속세를) 영구히 면제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자본이득세 형태로 약 20~25% 내의 세금만 내는 걸로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며 "국회하고 협의를 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는 스케일업이나 밸류업은 커녕, 지역균형 발전도 달성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혜택이 달라지는데, 매출액이 커지면 가업상속 범위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상장된 중견기업은 대주주가 20%만 지분을 들고 있으면 가능한데, 대주주가 상속을 위해 매출액을 늘리지 않아 나머지 80%를 들고 있는 소액 주주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기회발전특구도 기업에 대한 혜택의 경우도 세수만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카카오의 경우도 본사를 제주도에 두고 법인세 등 감면을 받고 있지만 실제 업무는 분당에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밸류업·스케일업이 어려울뿐 아니라 기회발전특구 법인세 감면은 조세회피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상속하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현금보다는 법인을 통해 상속하기 때문에 가업을 늘려주고 공제금액을 풀어주는 것은 일반적인 상속을 풀어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인을 상속하는 것이 개인 재산 상속과 동일한데 가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상속세를 깎아주는 것으로 결국 상속세 과세 체계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12.20. myjs@newsis.com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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