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 의대 감원' 법안 상정…사직 전공의, 마음 돌릴까

기사등록 2024/12/20 14:02:50 최종수정 2024/12/20 18:48:22

민주당, 내후년 의대정원 감원 법안 상정

"사직전공의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12.1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현재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야당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에선 내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면 의학 교육 여건을 고려해 내후년도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2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을 내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열어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오는 23일 전체 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건 의료 인력 지원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안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증원의 과학적 근거가 없고 증원에 따른 인력과 예산 확보 등 의대 증원의 절차적 위법성, 의학 교육 파행 등을 이유로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요구해왔다. 민주당은 의대 증원의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데 공감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서 의료계와 정부 간 중재안 마련이 쉽지 않다고 보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대입 일정을 고려해도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올해보다 1497명(약 50%) 늘어난 4610명으로, 이 중 수시모집을 통해 합격자 총 3118명(전체 의대 모집 인원의 67.6%)이 발표된 상태다. 이달 31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예정돼 있다.

의료계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 요구가 여전한 가운데 이대로 내년도 의대 정원(1497명)이 늘어나면 의학 교육 파행이 불가피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감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2026학년도 의대 정원(3113명)보다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내년도 신입생이 그대로 입학하게 되고 만약 24학번이 복학하면 2~5배의 학생들이 함께 교육받는 상황이 돼 의학교육 질 유지 차원에서는 2025학년도 신입생들은 1년 대기하는 것이 맞고, 2026 신입생 모집은 0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6학년도 정원을 줄일 수 있다 정도는 전혀 수습책이 되지 않는다"면서 "전공의들이 복귀하거나 휴학생들이 복학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급한 것은 2025년도 모집인원이고, 교육 여건을 고려해 최대한 줄여서 선발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이대로 의대 증원을 하면 내년 3월 해외 의대 출신, 군 전역 예정자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전공의들과 의대생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돌아와야 전문의가 배출되는 만큼 2026학년도 정원 조정과 관계없이 파행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6학년도 정원 동결로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올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호소문을 통해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춰야 한다"면서 "이대로 2025학년도 입시가 마무리되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0명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내년부터 올해 휴학한 24학번까지 최소한 기존 정원의 2배나 되는 학생들을 향후 6년간 함께 교육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면서 "의학교육 뿐 아니라 전공의 수련을 마치는 10년 이후까지도 비정상적 교육과 수련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이대로 예정대로 늘어나면 2026년도 의대 정원은 0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국회-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국회 김영호 교육위원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2024.12.19. kgb@newsis.com

다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열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원 법안 마련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다수 사직 전공의들은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 등 의료개혁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빅5' 병원의 한 사직 전공의는 "강선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전공의들이 찬성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대다수 사직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지 않으면 의대생 교육이 불가능해 복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원 법률 개정안을 잘 활용해야 하겠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인정하고 가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어 실제 사직 전공의들이 (해당 개정안을)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 등 의료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거듭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책의 중단 없이 전공의, 의대생들은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플랜B가 있다는 이주호 장관과 교육이 가능하다는 각 대학 총장들은 책임지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의학 교육은 불가능하고, 군의관 수급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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