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안보보좌관 행사서 발언…진행자 "한국, 왓 더 헬" 질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극적인 일 가능…새로운 시기 맞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각) 뉴욕 소재 문화·공동체 센터인 92NY 주최 행사에서 한국 계엄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는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에 관한 질문은 행사 막바지에 나왔다. 행사를 진행한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한국을 언급,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what the hell)"라며 이번 계엄 선포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에 자신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도로 발달하고 강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극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현재 한국의 상황을 두고는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지 못하게 막으려 투입된 병력의 총을 시위대가 밀어냈다"라며 "극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또 "(계엄 해제 이후) 모든 절차가 가동되고 있다"라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를 토대로 "(한국은 다시) 그들 페이스대로 가고 있다"라며 "법정에서 문제가 다 다뤄질 때까지 많은 것이 남아있고 위기가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는 버티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 제도가 한 번 꺾인 상황에서도 결국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진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자국에서 벌어진 1월6일 의회 난입 사건을 거론한 뒤 "우리는 미래에 더욱 놀라운 일을 많이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가 현재 새로운 시기를 맞이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냉전 이후의 시대는 끝났고, 그다음이 무엇이 될지를 두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때로는 도전적이며, 가끔은 격동적"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일까. 설리번 보좌관은 "근본적인 역할을 강화해 추후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놀라운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반복했다.
현재까지 대비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게 설리번 보좌관의 평가다. 그는 '우리의 동맹이 이전보다 강력한가', '우리 적과 경쟁자는 전보다 약한가', '우리가 나라를 전쟁으로부터 지켰는가' 등을 자문한 뒤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러므로 우리는 이 도전적이고 격동적인 세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다만 "이는 어려운 일"이라며 "세계는 거칠고, 중동만이 아니라 한국, 미국에서도 일은 벌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지정학적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힘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청정에너지 전환, 인공지능(AI) 등 세계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도 이런 일이 중요하다는 게 설리번 보좌관의 지적이다.
그는 여러 도전적인 상황에서도 미국이 지금껏 이뤄온 일을 들여다보고, 자국과 우호국, 국민을 위해 잘해 나갈 입지를 확보했음을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게 안보보좌관으로서 자신이 초점을 둔 과업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심야 계엄을 선포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고 한국의 민주주의적 복원력에 응원을 보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 과정에서 사전 통지 없는 계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미국에서는 이번 계엄을 두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1월6일 의회 난입 사태와 비교하는 시각도 많다. 1월6일 사태는 시민이 절차를 막으려 의회로 몰려든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 의회의 절차를 지키려 시민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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