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박성한에 "진짜 좋은 선수,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위로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선배 오지환(LG 트윈스)은 직접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쏠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유효표 288표 중 154표(53.5%)를 받아 118표(41.0%)를 얻은 박성한(SSG 랜더스)을 제쳤다.
수상자로 호명된 박찬호는 벅찬 표정으로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수상 소감으로 "드디어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진 선수로서, 오래 걸리기도 했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날 박찬호에 축하 꽃다발을 건넨 이 중 특별한 얼굴이 있었다. 유격수 부문 후보에 오른 오지환이다. 오지환은 2표(0.7%)만 획득했지만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라 박찬호를 축하했다.
경쟁자였던 선수가 무대까지 올라 직접 꽃다발을 안기는 건 흔치 않은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시상식 참석도 수상이 유력한 선수만 한다.
오지환은 유력 후보로 꼽히지 않음에도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박찬호가 수상하자 꽃다발을 안겼다.
박찬호는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지환이 형이 왜 오셨지?'했는데, 이런 큰 뜻이 있었다"며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가는 것 같다.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좋은 선배로서 조금씩 배워나가는 중인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와는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해 유격수 부문에서는 오지환이 유력 후보였다. 박찬호는 오지환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 '2등의 품격'을 보여줬다.
박찬호는 "나는 직접 꽃다발을 드리진 않았다"며 꽃까지 마련해 온 선배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골든글러브를 받기 까지, 프로 입성 후 11년이 걸렸다.
박찬호는 "내 입장에선 올해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할 수 없었다.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커서 긴장도 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마침내 품은 상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트로피가) 많이 무겁다. 이게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박찬호는 "예전에 건방을 떨다 나락을 본 적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찬호가 수상의 영광을 안으면서 경쟁자였던 박성한은 2위에 머물렀다. 누구보다 박성한의 마음을 잘 아는 이가 박찬호다.
박찬호는 "성한이가 '축하한다'고 해서 '고생했다'하고 안아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작년 시상식에 기대 없이 왔지만, 혼자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데 내 자신이 초라하다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 마음을 안다. 어떤 말로도 사실 위로가 안 된다. 그래서 안아주고, 고생했다고 말해줬다"며 "성한이는 진짜 좋은 선수다. 나이도 나보다 어리고, 타격 능력은 훨씬 좋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함께 땀 흘렸던 박성한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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