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진 탈피, 007 뺨치는 첩보…'스윙데이즈'[이예슬의 쇼믈리에]
뮤지컬 '스윙데이즈' 리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스윙데이즈: 암호명 A' 출연 배우들이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스윙데이즈: 암호명 A'는 유한양행 창업자이자 독립운동가 고(故) 유일한 박사가 비밀리에 미국 특수부대 OSS의 일원이 되어 목숨을 건 작전에 참여했던 감춰진 역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24.11.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여기 음악에 몸을 싣고, 리듬에 발을 맞춰…심각할필요 없어 끌리는걸 택해. 어두운 시대라지만 여기선 숨을 필요가 없어. 그는 미스터 갬블러. 판을 이끌어가. 어떤 승부에서도 길을 찾아가. 그사실을 잊지마." (넘버 '미스터 갬블러' 중)
1930년대 중국 상하이. 화려한 비즈니스 파티장에 주인공이 수트를 차려 입고 시가를 피우며 등장한다. 손에는 샴페인 잔을 들고. 기업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한 인물 '유일형'이다.
유 박사가 '암호명 A'로 냅코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된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A'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독립운동을 다루는 극이 대체로 엄숙함과 비장미가 흐르고 독립운동가를 '구국의 영웅'으로 그린다면, 뮤지컬 '스윙데이즈'에서는 주인공의 활동을 화려하게 위트있게 풀어내는 방식을 썼다. 작품에서는 독립운동마저 '이기는 판'으로 보고 뛰어든 기업인 출신 스파이의 활약이 펼쳐진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스윙데이즈: 암호명 A' 출연 배우들이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스윙데이즈: 암호명 A'는 유한양행 창업자이자 독립운동가 고(故) 유일한 박사가 비밀리에 미국 특수부대 OSS의 일원이 되어 목숨을 건 작전에 참여했던 감춰진 역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24.11.26. pak7130@newsis.com 뮤지컬은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 일형이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의 스파이가 돼 조선에서 제약회사를 창업하고, 비밀 첩보작전인 냅코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나라를 구해야 하는 당위성이나 민족 독립이라는 대명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이 때문이 위인전이나 '국뽕'(맹목적 애국심) 뮤지컬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접어도 될 듯 하다.
여러 넘버들 중에서는 특히 병실의 환자가 전쟁터의 군인으로 변하는 '꿈꿀 수 있게', 제약회사의 직원들이 비행복을 입은 소년병이 돼 낙하하는 모습의 '멈출 수 없어' 등 반전 넘버들이 매력적이다. 극중극 형태의 '스윙 댄스'는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스윙데이즈: 암호명 A' 출연 배우들이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스윙데이즈: 암호명 A'는 유한양행 창업자이자 독립운동가 고(故) 유일한 박사가 비밀리에 미국 특수부대 OSS의 일원이 되어 목숨을 건 작전에 참여했던 감춰진 역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24.11.26. pak7130@newsis.com 영화 '실미도'로 대한민국 최초 천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쓴 김희재 작가가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작품이다.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등을 편곡한 제이슨 하울랜드가 작곡을 맡았다.
일형 역에 유준상·신성록·민우혁, 일본인 장교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인 중좌 '야스오' 역에 고훈정·이창용·김건우, 일형의 소꿉친구이자 사업파트너 '황만용'에 정상훈·하도권·김승용이 출연한다.
내년 2월9일까지 공연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스윙데이즈: 암호명 A' 출연 배우들이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스윙데이즈: 암호명 A'는 유한양행 창업자이자 독립운동가 고(故) 유일한 박사가 비밀리에 미국 특수부대 OSS의 일원이 되어 목숨을 건 작전에 참여했던 감춰진 역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24.11.26. pak7130@newsis.com ◆★공연 페어링 : 나파밸리 레드와인
'스윙데이즈'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역동적인 무술 장면이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즐겁게 하는 '잘 만든 쇼'였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스윙 재즈 선율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데, 극의 배경인 1930~1940년대 초반은 스윙 재즈의 전성기와 맞아떨어진다. 브라스 연주가 돋보이는 빅밴드 느낌의 음악이 극장을 풍성하게 감싼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스윙데이즈: 암호명 A' 출연 배우들이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스윙데이즈: 암호명 A'는 유한양행 창업자이자 독립운동가 고(故) 유일한 박사가 비밀리에 미국 특수부대 OSS의 일원이 되어 목숨을 건 작전에 참여했던 감춰진 역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24.11.26. pak7130@newsis.com 화려하고 다채로운 볼거리와 들을거리로 구성돼 있지만 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스윙데이즈'는 미국 나파밸리의 레드와인을 떠올리게 했다. 나파밸리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기온과 충분한 일조량에 태평양의 서늘한 바람과 아침 안개 등이 냉각 효과를 주면서 다양한 기후가 형성되고 다채로운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세부 지역이나 생산자의 양조 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나파'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특성은 있다. 묵직한 바디감에 실키한 구감, 풍부한 과일 풍미와 오크 숙성에서 기인한 초콜렛·바닐라·견과류 등의 향과 맛이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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