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시계·반지 이어 이제 안경…내년 스마트 글래스 시장 열릴까

기사등록 2024/12/14 08:00:00

구글, '안드로이드 XR' 공개…스마트 안경 시제품 테스트도 곧 진행

과거 기능 부족으로 실패했던 '구글 글래스'…AI 기능으로 재도전

안경 렌즈 활용한 실시간 번역·내비게이션 기능 등 유용성 기대

구글 안드로이드 XR 기반으로 만들어질 스마트 글래스의 실시간 번역 기능 예시. (사진=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외국 여행을 갈 때 곤란한 순간 중 하나는 최소한의 영어 설명도, 사진도 없는 식당 메뉴판을 마주할 때다. 지금도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활용해 번역이 가능하지만 다소 번거로움이 있다. 이제 외국어를 보기만 하면 AI가 이를 자동 번역해주는 '똑똑한 안경'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예정이다.

최근 구글, 삼성전자, 메타, 애플 등 빅테크들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등에 이어 '스마트 글래스(안경)'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함께 새로운 XR(확장현실) 플랫폼, XR 헤드셋을 공개하면서 스마트 글래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10년 전 첫 등장했던 구글 글래스…성능 한계로 악평 받으며 중단 수순

구글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기기를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 지금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구글 글래스'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2013년 개발자용 제품을 공개하고, 2014년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2017년부터 보다 개선된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등도 출시했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해 기존의 구글 글래스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구글 글래스는 공개 초기에는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악평을 받았다. 당장 디자인부터가 일상 생활에서 착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악한 수준이었고, 성능에도 한계가 많았다.

초기 구글 글래스는 현재의 XR 헤드셋들처럼 완전한 증강·가상현실을 제공하지도 못했고, 안경을 통한 주변 환경 촬영, GPS 기반의 내비게이션 기능 등만 제공했다. 실제 사용자 리뷰에서도 부족한 배터리, 킬러 앱 콘텐츠 부족, 열악한 카메라 화질, 음성 인식 정확도 부족 등이 지적됐다. 구글 글래스를 통한 주변 환경 촬영 기능의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구글 글래스 실패? 이젠 다르다…안경 폼팩터, '프로젝트 아스트라' 등 AI 구현에 최적화
구글 안드로이드 XR 기반의 스마트 글래스로 구현될 길찾기(내비게이션) 기능 예시. (사진=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다면 구글이 이렇게 처절한 실패를 겪었던 안경 폼팩터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뭘까. 이는 1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XR, AI 등 기술이 가파르게 진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의 눈앞에 곧바로 착용되는 안경이 이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기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구글은 지난 5월 구글 I/O에서 멀티모달 기반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발표하며 안경 형태의 폼팩터를 다시 개발하겠다고 암시한 바 있다. 프로젝트 아스트라는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 2.0'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구글은 프로젝트 아스트라가 다양한 언어와 혼합 언어로도 대화가 가능하며, 개개인의 다양한 억양이나 생소한 단어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가 구글 검색·렌즈·맵스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비서 역할을 해줄 수 있고, 사용자와의 대화 내용도 최대 10분 동안 기억해 과거에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스트리밍 기능과 오디오 이해 능력도 보다 진화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빠른 응답속도도 갖췄다.

프로젝트 아스트라에 이어 이번달 새롭게 공개한 '안드로이드 XR'이 스마트 안경에 최적화된 운영체제로서 작용하게 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XR이라는 전용 운영체제를 탑재한 안경이 제미나이의 기능들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XR과 AI, GPS 기능을 결합해 길을 걸을 때 안경 화면에 정확한 내비게이션이 나타나고, 외국어 번역, 메시지 요약과 같은 정보들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정보들은 모두 사용자 눈앞에 펼쳐지거나, 귀에 직접 들리게 된다. 구글은 곧 이같은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 안경 시제품의 실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제품 테스트를 통해 적정 가격 책정,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수준의 디자인 확립 등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지난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능이 담길 스마트 안경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프로젝트 아스트라 공개 이후 "프로젝트 아스트라는 안경과 같은 폼팩터가 있을 때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로 노벨화학상까지 수상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프로젝트 아스트라는 스마트폰에서도 작동하지만, 이 시스템이 개발되면 다른 폼팩터도 필요하다. 안경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외 메타·애플 등도 스마트 안경 전장으로…新 시장 개척 기대
메타가 지난 9월 공개한 AR(증강현실) 스마트 글라스 '오라이언'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메타)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스마트 안경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구글 외 다른 빅테크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XR 헤드셋을 구글과 협업해 선보인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XR 글래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XR 글래스도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될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메타 퀘스트, 비전 프로 등 XR 헤드셋 분야에서 앞서있는 메타와 애플도 스마트 안경까지 영역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타의 경우 이미 사진 및 영상 촬영·오픈 이어 오디오·번역 등 간단한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글래스인 '레이벤 메타'를 판매 중이다. 이후 메타는 올해 9월 AR(증강현실) 기능까지 갖춘 '오라이언'을 공개했다. 단순한 AI 기능을 넘어 메타퀘스트가 제공하던 가상현실 기능까지 스마트 글래스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오라이언의 출시 시점은 2027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도 스마트 글래스 개발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애플은 최근 코드명 '아틀라스'로 명명된 신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스마트 글래스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신규 사업 진입 여부를 검토하는 '포커스 그룹'도 구성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주요 빅테크 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의 경우에도 바이두가 자체 개발한 AI 챗봇인 '어니봇' 기반의 AI 글래스인 '샤오두'를 공개했고, 샤오미 또한 내년 중 AI 스마트 글래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기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제대로 된 활용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마트워치·밴드의 경우 헬스케어 기기로의 가치를 입증하며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했지만, 후속 주자인 스마트 링은 스마트워치와 영역이 겹치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안경의 AI 기술 활용도가 입증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