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이웃 정부, 분명한 역할"…튀르키예 겨냥
"저항의 축 약화? 무지한 생각…더욱 강해질 것"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 붕괴 후 첫 입장을 발표해 이번 사태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의해 축출된 지 11일 만에 나온 첫 공개 발언이다. 이란 정부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왔다.
1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AP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이 미국과 시오니스트(이스라엘)의 공동 계획 산물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시리아의 이웃 정부가 분명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모두가 이를 보고 있다"면서 "주요 공모자와 주동자 및 지휘 센터는 미국과 시오니스트 정권에 있다. 우리에겐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의 이웃 정부'는 아사드 정권을 전복시킨 반군 세력을 지원한 튀르키예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들의 목표는 서로 다르다. 일부는 시리아 북부 또는 남부의 땅을 점령하려 한다"며 "미국은 이 지역에서 자국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태로 이란이나 이른바 '저항의 축'이 약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메네이는 "저항 세력이 약해지면 이란도 약해질 거라고 믿는 건 무지한 일"이라며 "신의 도움으로 이란은 강하고 강력하며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저항의 축에 대한 피해는 부인하며 "저항의 영역은 이전보다 더 넓은 전체 지역을 덮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메네이는 시리아 사태 관련 각 외무장관 및 군부와 두 차례 비공개회의를 가졌다.
또 이란의 전략 실패나 향후 이란의 안보 등 관련 부정적인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란 소셜미디어나 진보 성향 언론에선 이란의 시리아 지원 규모와 성과 등에 대한 논쟁이 오가고 있다.
이란의 저명 정치 분석가인 압바스 압디우는 "단 일주일 만에 모든 정치, 경제, 군사적 투자가 연기처럼 사라졌다"며, 사람들이 이같은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전략 담당 부통령은 이란이 시리아에서 실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란의 외교 정책을 위협 지향에서 기회 지향적 태도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자리프 부통령은 "아사드가 몰락한 이유는 무장 세력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오만함과 군사적 승리를 상생의 정치적 합의 및 포용적 정부 수립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몰락의 속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승리는 일시적인 것이며, 상생의 정치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으면 패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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