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임상시험, 2031년 42조원 규모로 성장
"글로벌 격차, 관련법 규제 개선으로 속도내야"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전세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해외에선 3년 만에 5배가 증가하는 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여전히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9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이 발간된 ‘한국임상시험 백서 3호’에 따르면, 글로벌 분산형 임상시험 건수는 2021년 584건에서 2024년 282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가 병원 방문 없이 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임상시험으로, 디지털 도구와 원격 모니터링을 활용해 데이터 수집과 환자 관리를 수행한다. 지리적 제약을 줄여 환자의 참여 편의성을 높이고, 광범위한 환자 집단을 포함할 수 있다는 장점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글로벌제약사 화이자가 업계 최초의 분산형 임상시험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이후 글로벌 분산형 임상시험 시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mRNA(메신저리보핵산)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분산형 임상시험으로 진행한 것이 대표적으로, 모더나는 분산형 임상시험 솔루션을 활용해 12주 만에 3만여명의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고, 스마트폰으로 임상 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코로나 이후 글로벌 분산형 임상시험 시장은 2021년 약 70억 달러(한화 약 10조원) 규모 시장에서 연평균 15.4%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1년까지 약 291억 달러(약 4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글로벌 CRO(임상시험수탁) 기업들도 분산형 임상시험 관련 제품 개발, 기업 인수합병(M&A) 및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1년 2월 아일랜드의 글로벌 CRO인 아이콘클리니컬리서치는 12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로 미국 PRA헬스사이언스를 인수해 분산형 임상시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의약품시장조사기관 미국 아이큐비아(IQVIA)도 전자 임상 결과 평가 및 대화형 응답 기술 등 자체 DCT 플랫폼을 서비스 중에 있다.
미국 분산형 임상시험 플랫폼 기업인 메더블은 미국의 글로벌 CRO인 PPD 및 블랙스톤 등에서 약 5억 달러(약 7100억원)를 투자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제이앤피메디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자회사인 파빌리온 캐피털의 리드 하에 약 160억 원을 투자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분산형 임상시험이 아직 시범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글로벌 임상시험과의 수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산형 임상시험이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의약품 배송과 관련한 사항을 규제하고 있는 ‘약사법’과 원격진료 법적 허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 데이터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한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내 대표 CRO 기업인 LSK Global PS 이영작 대표는 백서 내 특별 기고를 통해 “국내에서는 규제가 임상시험을 이끄는 경향이 있어 관련 규제가 미비한 분산형 임상시험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한국의 신약 개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에서도 현재 분산형 임상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나 가이드라인이 미흡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의 정립이 요구된다며, 분산형 임상시험 정착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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