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지역 부장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과정에서 대법원의 대응이 부적절했고,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관련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대법원 대응에 대한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헌법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가 유효하기 위해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여야 하고,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여야 한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당시 전시나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한 바가 전혀 없고, 더구나 병력으로 이를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해당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결여했음이 명백하다"면서 "또 대통령은 계엄에 관해 국회에 통고하고, 국회가 이에 관해 논의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함에도 계엄 포고 직후 경찰을 동원해 국회에 등원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일부 의원에 대한 체포를 시도하는 등 절차적으로 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법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기관으로서 해당 계엄선포의 효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비상계엄에 협조하지 않을 의지를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비상계엄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함으로써 비상계엄에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된 후에도 변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후에야 뒤늦게 입장 발표를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에 관한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과거 법원은 정권과 권력자의 의중을 살피면서 국민의 기본권이나 헌법 질서를 지키는 노력을 등한히 함으로써 스스로의 본분을 망각하는 실수를 반복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면서 "그러함에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다시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원의 미숙하고 잘못된 대응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관련자의 책임 추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 지시로 천 처장 등 심의관 이상 간부들에 대한 소집을 요청해 계엄령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4일 오전 6시30분께 코트넷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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