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국정 불확실성 가중
수입·수출기업 모두 영향권 불가피
고환율 지속·외국자본 이탈 등 우려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로 국제 신용도 하락 우려 등 국정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수입 원자재 의존 기업과 내수 중심의 기업은 금융과 내수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K-뷰티, K-푸드 등 역대급 수출 실적을 기대했던 기업들 역시 수출 전선 이상을 우려한다.
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국정 혼란이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야간선물옵션과 일부 가상자산은 곤두박질쳤다. 국가 신용도 하락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의 수입 비중이 높으면서 내수 시장 판매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환율 상승이 수입 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곧 단가와 소비자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 가구업체 재무관리자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잠을 하나도 못잤다"며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납품사들 사이에서 걱정이 큰 상황이었는데 사실 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질 걸로 보이지 않는다. 협력사와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면서 소비자가 인상을 방어하고 있었는데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서도 낙관하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한 철강 제조업 관계자는 "단순히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 좋을 것이라는 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격 협상에서 밀리면서 단가를 맞출 수 없어 오히려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상황은 간밤에 마무리됐지만, 금융시장에 미친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급등한 환율은 쉽게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본건전성 관련 지표 하락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대출이 제한될 수 있고, 국내로 들어오던 외국 자본의 이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공학박사)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해외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올 유인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인데, 정치 리스크까지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셈"이라며 "당분간 환율 동향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가) 하나의 해프닝(사건)으로 끝날 것인지 한국 경제의 언더벨류에이션(저평가)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전 중소기업연구원장)는 "트럼프 정부 출범부터 (비상계엄 선포 사태까지) 경제계에서 발생하는 변수보다 통제가 불가능한 외부 변수들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요인들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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