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보도…"많은 美 기업 멕시코에 공장"
"GM, 픽업 트럭 절반 이상 멕시코·캐나다서 수입"
대응법 있지만 한계 명확…"결국 美 기업에 고통"
바비 인형을 만드는 마텔부터 가전제품 제조업체 월풀까지 수많은 미국 기업은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미국 수입 알루미늄의 약 5분의 3은 캐나다에서 나온다. 또 수입 강철의 4분의 1은 캐나다에서, 그외 대량의 강철도 멕시코에서 수입된다고 한다. 씨티그룹은 트럼프의 관세가 미국 제조업체가 구하는 강철의 가격을 15~20% 인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곳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봤다.
이를테면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하는 픽업 트럭의 절반 이상을 멕시코와 캐나다 소재 공장에서 수입한다. 또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쓰이는 부품의 약 9%도 이 두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 노무라는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내년 GM의 영업이익이 5분의 4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은 3가지 방법으로 이런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데, 이 방법들은 모두 한계점이 명확해 탈출구가 될 수 없다.
첫 번째는 필요한 것을 미리 비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델, HP의 경우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전자 부품을 수입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관세 해제 전에 재고가 고갈될 수 있고, 재고 보유를 위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가격을 인상해 관세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공구기업 스탠리블랙앤데커와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 등은 이미 이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미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한 저축은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감소했고, 미국 고용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징후도 있다. 또 신용카드 연체율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황이다.
세 번째 방법이자 가장 어려운 대응책은 공급망을 재편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으면 테스트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은 수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또 많은 미국 기업들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벗어나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 등을 통해 우회 수입되는 중국 상품에 대해서까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값싼 중국 기업의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경로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이 무역적자를 겪고 있는 모든 국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등 저비용 국가로 공급망을 이전한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일부 기업은 생산 시설을 다시 미국 내로 가져오려고 할 수도 있는데, 미국에서 물건을 제조하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모두 종합할 때 트럼프발 관세 물결은 미국 기업들에 이전보다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칼라일 버드 회계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에 노출된 미국 기업의 자산 대비 영업이익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스탠리블랙앤데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관세로 인해 연간 3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는데, 이는 2017년 순이익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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