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계엄령 원인?"…'처단 포고령'에 들끊는 의료계

기사등록 2024/12/04 10:33:53 최종수정 2024/12/04 14:28:16

"반민주적 행태에 참담…돌아갈 곳은 없어"

"레임덕, 데드덕 돼…내년 의대모집 중단을"

"어불성설인 계엄 선포…의료개혁 멈춰야"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4.12.0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송종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밤 긴급 담화를 통해 '사직 전공의 등 의료인 복귀 명령'이 포함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를 선언한 것을 두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작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에 사직 전공의,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후보자 등을 중심으로 "참담하다", "데드덕", "처단은 오만한 표현"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계엄사령부(계엄사)가 전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밝힌 포고령(제1호)에는 사직 전공의 등 의료인의 복귀를 명령하는 항목이 포함됐다.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해제 전 페이스북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보도 기사를 공유한 후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 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할 것"이라면서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는 비상계엄 선포 해제 전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적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하라"면서 "의사·전공의 협박 말고 환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지도 말라"고 밝혔다.

전날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간 의협 차기 회장 후보자들도 비상계엄 사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의협 전 회장)는 페이스북을 통해 "울고 싶은데 차마 혼자 울지는 못해서 빰 때려 달라고 애걸 복걸한 꼴"이라면서 "오늘부로 레임덕은 데드덕이 됐다"고 비판했다. 레임덕은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데드덕은 사실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4.12.04. xconfind@newsis.com
주 대표는 "그럼에도 작금 의료농단의 유일한 해법은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이라고 밝혔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국민을 '처단한다'? 처단당해야 할 것은 이런 말을 하는 자"라고 비판했다.

또 "어불성설의 계엄 선포로 의사들은 소위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이같은 일을 10개월째 당하고 있다"면서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강행하는 의료개혁을 당장 멈추고 정상적 판단이 가능한 상황에서 새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군인들도 무사히 원대 복귀하고 나라도, 의료대란도 모두 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면서 "다시는 항상 환자 곁을 지켜오다 정부의 의료농단에 좌절해 자리를 떠난 전공의들에게 처단과 같은 오만한 표현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사직 전공의 등 의료인 복귀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자 "해당 항목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의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됐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항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계엄 선포로 인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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