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일기장' 출간
3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열린 '다산의 일기장'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정민 한양대 교수는 "최근 들어 젊은 시절 다산에 몰두하면서 천주교 문제가 정경화되고 이 문제가 조선 후기 지성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문서가 거의 검열을 거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책 '다산의 일기장'은 30대 다산 정약용이 남긴 일기인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 등 총 4종을 토대로 실학자의 모습이 아닌 임금과 천주교 사이에서 정약용이 느낀 진심과 당대 진실을 추적했다.
다산의 일기는 무미건조한 팩트 나열에 불과했지만 정 교수는 검열된 기록을 읽으면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행간 하나하나를 다른 주변 기록과 퍼즐을 맞춰보니 이상한 일이 전부 천주교 관련해서 발생했다"며 "이 문맥을 정확히 해쳐놓지 않으면 다산의 정체성과 관련된 논란들이 계속 겉돌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배경을 전했다.
그는 "조선 후기 지식인들이 서학과 만났을 때 어떤 앙금을 남기고 파장을 일으켰냐는 걸 면밀하게 보면 다산만큼 중요한 케이스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학계에선 다산이 천주교에 미쳤지만 자기 손으로 털고 나왔으니 다산과 천주교를 엮으려는 시도는 국학 모독이라는 시선이 있고 천주교계에서는 다산이 배교자니까 관심 없다고 한다"며 "한쪽은 과장했고 한쪽은 은폐했으니 은폐와 과장 속 중간 지점의 진실에 접근하고 찾아내야 그 시대의 진실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모순적 상황이 결국 다산의 정체성과 맞물려있고 그 시대 유학과 서학이 접점 이뤄지는 시대가 만들어낸 모순적 상황"이라며 "심층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표면적으로 다산이 배교자인지 아닌지 흑백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산을) 천주교인 만들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고 순수한 유학자였다고 주장하려 쓴 글도 아니다"라며 "정체성은 중간에 있었고 가운데 들여다볼 때 시대의 진실 드러나고 그동안 아무도 안 봤고 보려 하지 않았기에 생각지 않았던 정보와 몰랐던 면모가 드러나니까 눈길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책을 통해 새로운 다산의 모습을 발견해달라고도 전했다.
정 교수는 "완전무결하고 애민 정신의 다산이 아닌 분노할 줄 알고 자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전투적으로 싸우기도 했던 다산도 있다"며 "다혈질 행동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에 대한 결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가진 다산의 이미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