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플라스틱 협약 타결 끝내 무산…우리나라 책임론도

기사등록 2024/12/02 05:41:04

국가별 면담, 절충안 제시에도 성안 못 이끌어

"한국, 영향력 가졌지만 적극 행보 안 보였다"

"장관급 부재, 얼마나 리더십 발휘하는지 의문"

[서울=뉴시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환경부 제공) 2024.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회의가 성안에 이르지 못하면서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당초 폐막 시점인 1일을 넘겨 이날 오전 3시까지 진행됐지만 성안없이 종료했다.

플라스틱 등을 통한 환경오염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국제 사회는 지구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왔다.

세계자연기금(WWF)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은 1950년 200만t에서 2000년 2억3400만t, 2019년 4억6000만t으로 급증했다.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량도 증가했는데,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9년 3억5300만t으로 200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중요하지만 2019년 연간 생산된 4억6000만t의 플라스틱 중 재활용 자원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2900만t에 불과하다. 또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량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해양으로 유출되기도 하는데, 전 세계 해양 생태계에서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인한 오염이 평균 12%, 플라스틱 식품 용기와 식기류가 9%를 차지한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에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현재의 2배에 달하는 7억6400만t으로 증가하고 해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은 3배에 달할 전망이다. 또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19억t에서 2040년 31억t으로 증가한다.

플라스틱 오염 저감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다. 세계자연기금이 지난 4월 전 세계 32개국, 2만47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는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인간의 건강, 야생동물,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 금지에 찬성했고, 87%는 재활용이 어려운 등급의 플라스틱 사용 금지에 동의했다. 또 87%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플라스틱 감축을 지지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2022년 5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2년간 네 차례 협상을 진행했고 이번 부산 회의가 마지막 논의 자리였다.

[서울=뉴시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일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 폐막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외교부 제공) 2024.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구속력있는 법적 조항으로 하느냐, 구체적인 감축 비율을 정하느냐를 두고 산유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격렬하게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회의 기간 중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정부간협상위원회(INC) 의장과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을 비롯, 여러 국가 수석대표와 면담을 갖고 협약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회의 기간 플라스틱 회의를 주체했던 국가들의 수석대표와 만찬 자리를 갖고 주요 규제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유지하면서 구체적 정책은 국가별로 설계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폐막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간 융합을 위한 강력한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라며 "치열한 협상과 타협의 과정을 통해 70장이 넘는 협약 문안을 20장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계획상 마지막이었던 부산 회의에서 협약 성안에 이르지 못하고 내년에 추가 회의를 열기로 한 만큼 회의 주최국이었던 우리나라의 역할론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AC) 소속 국가이자 협상회의 개최국으로 많은 영향력을 가졌지만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 행보를 일체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이번 협약에 참석했던 회원국, 국내외 시민사회, 그리고 강력한 협약을 기대했던 세계 시민을 실망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연대체인 플뿌리연대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회의 기간 중 한국정부 대표단의 장관급 참여는 초반 이틀 김완섭 장관 참석을 제외하고 전무"하다며 "회의 막바지에 이르러 많은 국가의 장관들이 속속 부산에 도착해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장관급의 부재는 한국 정부가 개최국으로서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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