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 놓고 출범 3주 만에 파행
협의체 "공식 회의 중단하고 휴지기 갖기로"
당정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 수용 어려워"
의료계 "당정 해결 의지 없어…야 수수방관"
[서울=뉴시스]하지현 한은진 기자 =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지난달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2025년도 의대 증원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파행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정부·여당이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다"며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친 뒤 "대한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참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이는 정부가 보다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하기 위한 단호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 내부의 반대와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협의체 참여 결단을 했었다"며 "2025년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 조정안을 제시했다. 2026년 증원 유예와 함께, 합리적 인력 추계 기구를 신설해 2027년 이후 정원 논의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 회의 이후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요청했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며 "의료 현실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여당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야당 역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의정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모습에서 과연 야당이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고, 정부·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6일 수능 성적 발표가 있어 그 전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했고, 정부는 의대 정원에 대한 유연한 정책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협의체가) 휴지기라는 건 정부·여당 입장이고 저희는 그렇지 않다.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할 문제"라고 불참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협의체의 성과를 놓고는 "의대생 휴학의 조건 없는 승인이 받아들여졌고, 의평원 문제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4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인식차가 크다는 부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여야의정 협의체의 심도깊은 논의는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정부가 앞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 논의를 두고는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조치를 하는 건 수험생을 비롯한 교육 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불가하다"며 "2026년도 증원부터는 의료계가 의사인력 추계위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6학년도 증원도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논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논의할 시간이 점차 줄어 안타깝다. 당분간 휴지기를 갖더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계에서는 2025년도 의대 정원의 변경을 지속해서 요청해 왔다. 이는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참으로 어려운 요구"라며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 인력 증원, 의학교육기관 평가 문제 및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을 거쳐왔다"며 "휴지기 중에도 의료계를 포함한 참여당사자 간의 대화는 지속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의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겠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향후 정부와 의료계 모두 좀 더 유연한 자세로 협의에 동참해 주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끝까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에는 유감이다. 추후 협의체 참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각 주체의 입장 변화가 없어 사실상 예견된 실패였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불신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의평원이나 의료개혁특위, 인력 추계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도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가 공식 소통을 시작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협의체의 목표가 국민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의료계가 요청한 '2025년도 의대 정원 자율성'은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새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서 '2025년도 의대 모집 자체를 중단하자'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면서 오히려 국민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며 "의대 정원이 만들어지면 고등교육법상 이를 갖고 가야 하는 법적 부분이 있다. 그걸 떠나 지금 국민 여론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 방침을 밝힌 것이 의료계 불참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는 "경북 국립의대 신설은 지역 공약사업이라 한 대표가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라며 "의대 증원 숫자를 어떻게 편성할지에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의료계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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