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측 "국정농단 때도 유죄증거로 사용"
檢 "상황 달라…카드 내역과 21곳 일치 안해"
"5회 수정 확인" vs "원시데이터 변경 無"
전문가 "다른 여러 증거와 대조해 일치해야"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구글 타임라인'이 쟁점으로 막판까지 주요하게 다뤄졌다. 구글 타임라인이 무죄의 알리바이라는 김씨 측과 증거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검찰이 공방을 벌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형사사건 재판에서 구글 타임라인을 피고인의 동선 파악용으로 증거 제출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법원이 단편적인 위치정보만을 두고 판단하지 않고, 위치정보와 부합하는 여러 다른 증거들과 대조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정농단 때는 되고 김용 때는 안 된다?
김씨 측 변호인은 과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구글 타임라인이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으면서 김씨의 구글 타임라인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017년 국정농단과 관련한 이른바 '비선진료' 사건에서 당시 특별검사팀은 구글 타임라인을 활용해 김영재 원장이 공식 주치의 몰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미용 성형 시술을 하기 위해 청와대에 17회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당시에는 구글 타임라인이 김 원장의 해외출입국 내역과 일치하는 등 동선이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구글 타임라인이라도 김씨가 제출한 것은 증거 가치가 다르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김씨의 구글 타임라인은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총 21군데에서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구글 타임라인에 의하면 김용은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없고 집에 없으면서도 집에 있다"고 덧붙였다.
◆왜 항소심에서야 제출했나…검찰 "수차례 수정"
검찰은 김씨 측이 구글 타임라인을 증거로 제출한다고 밝히기 일주일 전 시간수정 1회, 장소수정 4회 등 구글 타임라인을 총 5회 수정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거조작 행위로 무결성이 훼손된 자료가 증거의 세계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김씨 측은 구글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이터인 '파란 선'은 수정될 수 있지만, 원시데이터가 표시되는 '빨간 점'은 수정되거나 삭제되지 않는다고 줄곧 반박해 왔다. 김씨 측은 "무결성이 오염됐다는 주장은 변론 방향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1심에서 김씨의 차량 입출차 내역과 텔레그램 이용기록에 따라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했다는 날짜로 2021년 5월3일이 지목됐을 당시 구글 타임라인을 제시했었어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 측은 "1심 당시 날짜가 정확하게 특정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6월 구글 타임라인의 존재를 인식했다"고 반박했다.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증거들 비교·대조 필수"
전문가들은 구글 타임라인이 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다른 여러 증거들과 비교해 일치하는 점이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휴대전화가 여러 대라면 두 대 이상의 이동 동선을 모두 추적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 IT법학연구소장인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판사로 하여금 믿을 수 있게 하려면 다른 여러 증거들과 같이 결부시켜서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어디에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대전화가 여러 대일 수 있고 차량 입출차 내역은 다른 사람이 운전할 수도 있어서 여러 증거가 하나의 시간과 하나의 장소로 일치해야 한다"며 "요즘 공공기관에서의 근무지 이탈 문제로 구글 타임라인이 많이 증거로 제출되는데 기지국이 같은지 여부, 신용카드 결제내역 등이 필수로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소속 IT전문가는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게 증거 신빙성을 가지려면 구글 사실조회를 받아보거나 조작 가능 여부에 대한 구글의 명확한 입장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휴대전화가 두 대라면 두 대의 트래킹을 추적해 봐야 하고 조작 흔적이 있다면 어떤 흔적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일단 주장은 할 수 있지만 주장이 서로 부딪힌다면 결과적으로는 제3자, 구글이 보관하고 있는 로데이터(Raw Data)와 맞춰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2021년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4차례에 걸쳐 민주당 대선자금 명목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공사 설립,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유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뇌물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불법 정치자금 중 2021년 5월3일(1억원), 2021년 6월8일(3억원), 2021년 6~7월(2억원) 등 김씨에게 전달된 총 6억원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6억7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검찰이 제시한 뇌물액 1억9000만원 중 2013년 4월 받은 7000만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김씨 측은 항소심 단계에서 구글 타임라인을 증거로 제시하며 2021년 5월3일 퇴근 후 유원홀딩스에서 1억원, 2021년 6월 말~7월 초 2억원을 수수했다는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새롭게 주장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심 결론은 내년 2월6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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