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연탄 쓰나요" 연탄사용 인식 낮아 기부도 감소…취약계층 '한숨'

기사등록 2024/11/30 06:00:00 최종수정 2024/11/30 07:50:07

지난해 기준 전국 7만4167 가구 연탄 사용

그중 45% 소외가정·42% 수급자 및 차상위

10~11월 연탄 기부 51만장…전년비 41%↓

"달동네 등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 발굴해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8일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주택가에서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봉사원들이 취약 계층을 위한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2024.11.28. lmy@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연탄이요? 식당에서 고기 구울 때나 봤죠. 요새도 겨울에 연탄 때는 집이 있는지 몰랐어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완연한 겨울 날씨로 접어드는 가운데 연탄 기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까지 줄어들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연탄 사용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면서 기부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7만 가구로 정점을 찍은 연탄 사용 가구 수는 이후 17년간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아직 7만4167가구는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대구, 충북,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연탄 가구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중 45%가 독거노인 및 장애가정 등 소외가구, 42%가 기초생활수급 및 차상위 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취약층에게 연탄은 여전히 필수적인 난방 수단인 것이다.

이에 연탄은행은 기부받은 연탄을 전국 31개 지역은행을 통해 에너지 취약층에 전달하는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탄 기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취약계층 겨울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10~11월 두 달간 후원된 연탄은 총 50만9940장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6만9384장이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41.3% 급감했다.

연탄을 사용하는 인구가 줄면서 연탄 기부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물가 인상으로 연탄 가격마저 상승하면서 취약계층에 실질적으로 전달되는 연탄의 개수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모(60)씨는 "고등학생 때까지 연탄을 땠던 기억이 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하다"며 "요새는 연탄을 어디서 파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박모(30)씨도 "예전엔 연탄 봉사 소식을 전하는 사진을 자주 봤었던 것 같다"며 "요새는 식당이 아니고서야 연탄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요새 날씨가 추워지는데 경기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보니 후원 역시 줄어든 상황"이라며 "올해 동절기가 특히 걱정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연탄이 텔레비전(TV)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으로 여겨지면서 연탄 기부에 대한 관심마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취약층에 대해 동절기·하절기 반짝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겨울에는 추워서, 여름엔 습해서 연탄을 때는 가구가 여전히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이상기후가 닥친 이후에만 반짝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상시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에너지 취약층에 대한 복지 요금제가 현재도 운영되고 있지만 문제는 사각지대에 있다"며 "복지제도를 신청하지 못하는 달동네 주민, 독거노인 등을 발굴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ctor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