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소된 전 상급자·군검사는 감형
2심 "진심으로 반성…전과 없어"…양형 참작
유족 "누가 누구한테 와서 반성했는가"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는 28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대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대장은 사건 발생 후 가해자인 장모 중사가 피해자인 이 중사와 분리되지 않은 것을 보고하지 않고, 이 중사에 대한 회유와 사건 은폐 시도를 알면서도 징계 의결을 미뤄 직무유기, 허위보고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특검은 지휘관으로서 직무유기했다고 주장하지만 원심은 특검의 증거만으로는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무죄로 판단했다"며 "성폭력 발생 이후 징계 의결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2차 가해 방지조치를 일부러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가 취한 조치가 부적절한 면이 있다 해도 정황만으로 직무유기 혐의 성립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허위보고 등과 관련해서도 고의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함께 기소된 이 중사 직속상급자 김모 전 중대장과 전 군검사 박모씨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중대장은 강제추행 사건 이후 이 중사가 전입하려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중대장에게 이 중사 관련 허위사실을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당시 이 중사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인물로, 이 중사의 심리상태 악화와 2차 가해 정황을 알고도 조사를 미루는 등 수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중대장은 명예훼손 발언 사실을 부인하며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 이어 그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당하게 고소 남발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평가가 침해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파 가능성 및 공연성을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박씨 역시 직무유기 사실을 부인하며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중대장에 대해서 "피해자의 피해 사실 등 정보 전달을 받지 못한 채 다양한 의견을 듣지 못하고 발언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전파하려고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전과가 없었던 점 등을 양형 요소로 고려한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박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자신의 불성실함 등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피고인이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 직후 유족 측은 2심 판결에 반발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재판장에게 "판결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했으니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예람이의 죽음이 초석이 돼서 그런 아픔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재판이 돼야 하는데 재판부가 그런 내용의 판결을 낸 것에 대해서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사의 어머니도 "이 재판은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인지 가해자들을 위한 면피 재판인지 굉장히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초범이고 반성한다고 감형됐는데 누가 누구한테 와서 반성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람이의 고통스러웠던 말투와 표정이 지금도 그려지는데 판사들이 판결할 때 피해자의 표정을 한번 되새겨봤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군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던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사를 맡은 안미영 특검팀은 2022년 9월 이 사건 관련 군내 부실수사가 있었다고 보고 15명을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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