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와 달리 인질 가진 하마스 여전히 강경 입장
가자 지구에 유대인 정착 바라는 이스라엘 강경파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양보 땐 연립 정부 이탈 위협
실각 우려하는 네타냐후 총리 양보할 가능성 희박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레바논 전쟁 휴전 합의와 달리 가자 전쟁 휴전 합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집권을 위태롭게 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헤즈볼라와 휴전 합의를 계기로 가자 전쟁 휴전 합의가 힘을 받을 것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그 같은 평가는 성급한 것이다.
레바논 휴전 합의는 몇 달 동안 집중 공격을 당한 헤즈볼라가 힘을 잃으면서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휴전 합의에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권력 장악이 위협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했다.
헤즈볼라와 달리 하마스는 여전히 100 명 가량을 인질로 잡고 있는 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 극우 세력이 하마스와 타협할 경우 연립 정부에서 이탈하겠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위협하는 점도 휴전 합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가자 지구에 유대인을 이주시키길 바란다. 이 때문에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기 전 휴전에 합의하는데 반대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저녁 사전 녹화된 연설에서 “하마스가 헤즈볼라에 의존해왔다. 헤즈볼라가 빠지면서 고립됐다.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 인질 석방이라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전문가들은 이미 피폐해진 하마스가 갑작스럽게 인질을 석방하고 가자 지구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하마스 지도부 상당수가 궤멸하고 가자 주민들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해도 남아 있는 하마스 지도부가 종전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한 협상을 바란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실제로 레바논 휴전 합의가 발표된 직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영구 철수라는 핵심 요구 조건을 재차 강조했다. 야햐 신와르 하마스 최고 지도자가 살해된 뒤 하마스를 이끌고 있는 5인 위원회 역시 타협을 혐오했던 신와르의 기조를 따르고 있다.
가자 난민이 된 팔레스타인 정치학자 음하이마르 아부사다는 “레바논 휴전이 가자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가자의 어두운 터널 끝에는 빛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자에서 이스라엘은 수만 명을 살해하고 주거지 대부분을 파괴했으면서도 점령하거나 통치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전투원 공격을 되풀이하면서 생존 하마스 대원들이 공백을 메우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가자 전후 계획이 있어야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계획을 세우길 꺼린다. 국내 강경파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이 가자와 서안 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허용하면 수교할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네타냐후 연정 파트너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반대한다.
연정이 붕괴하면 2020년부터 지속돼 온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부패 수사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레바논 휴전 합의 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붕괴를 한층 더 꺼리게 됐다고 본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내외의 압박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와 휴전에 동의한 것이 미 정부가 무기 지원을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지지 입장을 철회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시절 미국은 서안 지구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차지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안보리의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길 거부한 일이 있다.
네타냐후 전기를 쓴 마잘 무알렘은 “네타냐후에게 큰 트라우마다. 바이든 정부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걱정한다. 바이든 임기가 아직 2개월 남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인질 가족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 휴전에 합의하길 바란다.
인질 가족 등의 휴전 합의 요구와 관련 무알렘은 “네타냐후는 늘 시간을 벌면서 대처해왔다. 휴전 합의로 트럼프가 취임할 때까지 시간을 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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