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담배 4500원 1갑에 3323원 세금 부과
합성 니코틴 담배는 규제 법적근거 없는 상황
유해물질 포함 연구 결과에 규제 본격화 예상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현재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합성 니코틴을 담배 사업법 테두리 안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높여 청소년들 사이에서 입문용 담배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합성 니코틴에 대해서도 권련형 담배 수준으로 과세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세수 확보와 조세 정의 차원에서 담배류에 준하는 세금 부과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7일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 씹거나, 냄세를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담배로 규정하고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 등을 부과한다.
예를 들어 궐련형 담배 4500원짜리 1갑(20개비)에는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개별소비세 594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폐기물부담금 24원 등 총 3323원의 세금이 붙는다.
10년 전 담배가격이 4500원으로 인상됐을 때 전후로 담배 세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2014년 담배세수는 6조9905억원 수준이었는데 2015년 10조5151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11조7000억원 등 매년 11조~12조원 수준으로 걷히고 있다.
최근에는 BAT 그룹 한국 계열사인 BAT 로스만스가 액상 전자 담배 신제품으로 '노마드'를 국내에 선보이며 논란이 되고 있는 중이다. 이 제품의 경우 천연 니코틴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합성 니코틴을 쓴 것이 특징이다.
합성 니코틴은 화학물질을 합성해 만든 물질로 주로 액상 전자담배에 사용되는데 현행 담배사업법상에서는 합성 니코틴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액상과 전자기기를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입문용 담배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규제를 위한 관련법이 20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제대로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2대 국회에서도 합성 니코틴을 담배 사업법 테두리 안에 넣기 위해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관련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기류는 달라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의 유해성 비교·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합성 니코틴 원액에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에선 니코틴 원액의 비표적 분석 등을 통해 69개 유해물질 항목을 선정해 원액 상 해당 물질 포함 여부 및 함유량을 조사했다. 연초 니코틴 원액에서는 45개 항목에서 1만2509㎎/ℓ의 유해물질이 검출됐고, 합성 니코틴 원액에선 41개 항복에서 2만3902㎎/ℓ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 검출 농도는 합성 니코틴 원액에서 2개 항목 21.7㎎/ℓ가 검출됐고 연초 니코닌 원액에서 3개 항목 24.7㎎/ℓ가 나왔다. 2B군 발암물질은 합성 니코틴에서 3개항목 830.5㎎/ℓ, 연초니코틴 원액에서 3개 항목 817.8㎎/ℓ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비료고 합성 니코틴 원액에서 검출된 유해물질 양이 연초 니코틴 원액에서 나온 양보다 많은데다 발암물질의 경우 합성 니코틴 원액에서 더 높게 나타난 셈이다.
보고서에선 "합성 니코틴 원액은 다수의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유해물질 잔류량이 연초 니코틴 원액의 유해물질 잔류량보다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합성 니코틴도 연초 니코틴과 동일하게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도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이 밝혀진 만큼 22대 국회에선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관련 담배사업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 기재위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관가에선 그동안 합성 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여부가 논란이 돼 왔던 만큼 규제를 할 명분이 없었지만 유해성이 드러난 만큼 담배로 지정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미 미국등 121개국이 합성 니코틴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다 합성 니코틴데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부 관계자는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합성 니코틴에 대한 규제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유해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유해성에 대한 결과가 나온 만큼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기 위해 국회에 기재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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