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부세종청사 출입기자단 체험 제공
전국 50대 운영…중·대규모 재난시 현장 투입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대형 버스가 옅은 비를 맞으며 주차돼 있다. 이 버스는 도로를 달리는 시간보다 주차된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마음안심버스'의 이야기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이 버스는 오직 한 사람만의 탑승을 허용한다.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 이 버스에 올라탄 유일한 승객이 됐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지,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기회를 얻었다.
버스 안은 정신건강평가존, 안정화존, 집단프로그램존, 개인상담존으로 이뤄져 있다. 단 한 명의 직원이 기자를 맞았다. 민감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버스에 둔 것이다. 이날 기자는 안정화존 검사만을 받았다.
안정화존에서는 자율신경계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이마에 대고 귓불에 장치를 꽂는 방식으로 스트레스 뇌파 검사가 진행됐다. 검사 시간은 1분 남짓,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호흡을 집중하자 교감신경 47.5대 52.5라는 결과물이 검사 용지에 프린팅돼 나왔다.
직원은 "이 정도면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50대 50에 가까운 비율을 기준값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신경 불안·수면장애·공황장애가,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우울·무기력증이 커진다고 한다. 치우친 상태가 지속되면 마음의 병이 된다는 설명이다.
검사지에는 스트레스를 몸에서 잘 관리하고 있으며 반복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의 피로도도 정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만, 업무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 등이 많을 때 상승하는 뇌 스트레스 수치는 '매우 높음'으로 측정됐다. 회사에 보고할 만한 '기자다운' 수치라는 설명까지 모두 듣는 데 약 15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압축적으로 진행된 체험과 달리 정신건강평가존, 집단프로그램존, 개인상담존을 모두 거칠 경우 걸리는 시간은 30분 안팎이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온전히 파악하는 데는 짧은 시간이지만, 삶의 방향과 태도를 정할 때 참고할 만한 지표들 다수가 제시됐다. 뇌 균형, 현재 스트레스 지수,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피로도, 현재 신체의 활력도, 자율신경계 나이 등이다.
국민 상당수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만큼 마음안심버스는 전국 권역에서 승객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권역 트라우마센터 5대, 정신건강복지센터 45대 등 모두 50대가 운영 중이다. 17개 시도에 최소 1대(세종)부터 최대 6대(전북)까지 배치돼 있다.
지난 1~9월 총 3213회, 곳곳에서 모두 12만97명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폭우, 산불 등 중·대규모 재난 발생 시 현장에 직접 투입되거나 과거 재난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지역 주민들을 찾아갔다.
실제 2020년 천안과 강원도 집중호우 때나 2019년 강원 산불 등 재난 현장에도 출동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마음을 어루만졌다. 코로나19 유행 때는 임시생활시설과 생활치료센터 등 현장에서 '상담가' 역할을 했다.
황용범 국립정신건강센터 주무관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 기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활동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우리가 도움을 주러 왔다고 인식해 주는 분들이 있으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뢰해 버스가 운행되기도 하지만, 마음운영버스의 역할은 장애인·노인 등 재난 취약 계층에게 무료로 심리 지원을 제공하는 데 있다. 고위험군을 발견하면 정신건강 서비스 연계도 해준다. 멀지 않은 곳에서 마음안심버스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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