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항공기 잦은 해협 중간선 침범에 공습경보 기준 바꾼 대만의 속사정

기사등록 2024/11/26 11:22:21 최종수정 2024/11/26 14:02:16

中 항공기 해안 접근 기준 70해리에서 24해리(약 43km)로 조정

“너무 자주 해협 중간선을 넘어, 주민 불편 안주려”

방공호 시설은 인구 1.5배 수용, 실제로는 75년간 안울려

[타이베이(대만)=AP/뉴시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대만 국경절인 지난 10월10일 타이베이의 총통 관저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22일 라이칭더 총통이 30일부터 12월6일까지 마셜제도와 투발루, 팔라우를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4.11.26.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대만 국방부는 25일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항공기나 선박의 접근시 내려지는 공습경보 기준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PLA 항공기나 선박이 대만 해안에서 70해리(약 127km) 이내로 접근하면 공습경보를 발령했으나 24해리(약 43km)로 조정됐다는 것이다.

대만해협 갈등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다 항공기나 선박의 기동성은 더 빨라지는데 왜 공습경보는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내려지나.

바뀐 기준으로 보면 대피할 시간은 약 3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만 당국이 공습경보 발령기준이 바뀐 것은 24일 한 방송에서 공습으로 인해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3분 밖에 안된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구리슝 국방부 장관은 “PLA의 활동으로 인해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해 더욱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구 장관은 대만해협에서 대만섬과 중국 본토 사이의 가상적인 중간 지점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중간선을 가로질러 반복적으로 도발하고 대만 주변에서 적대 행위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조정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군 소식통은 “이전 기준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최근 몇 년 동안 PLA 항공기는 일상적으로 70해리 한계를 넘었으며 많은 항공기가 60해리 이내, 심지어는 37해리까지 접근했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만 해도 중국군 항공기 4대가 중앙선을 넘어 대만 북부와 남서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기존 기준을 지키면 공습경보를 너무 자주 발령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잦은 공습경보는 국민의 두려움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생산과 일상 생활을 방해해 대만의 정상적인 운영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설명을 이해하면서도 대중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예비역 공군 중장인 창옌팅은 “PLA 전투기가 24해리 접속수역에 도달하면 불과 3분 만에 대만 영공을 침범하고 타이베이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은 이러한 변화가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이 대만의 자치 지위를 강화하려는 노력에 따른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화민국(대만) 헌법에 따라 주권은 중국 본토까지 확대되었지만 24해리 한계는 대만이 선포한 영토 경계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 전 보도 비서관이자 군사 평론가인 루더윈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대중을 놀라게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전 기준에 따른 경보를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이베이 소재 국가방위안보연구소의 수석 분석가인 수쯔윈은 현대전은 변화했으며, 거리는 장벽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 분석가는 “미사일과 기타 첨단 무기를 이용한 정밀 공격이 2차 세계대전의 무차별 폭격 전술을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방공호가 최대 4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여서 대만 인구의 1.5배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할 일은 비상시 사용하기에 더 실용적으로 만들기 위해 방공호 지침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이 고조되었지만 대만은 연례 비상 훈련을 제외하면 거의 75년 동안 공식적인 공습경보는 발령하지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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