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질소산화물 배출량 2029년까지 단계적 감축 추진
업계 "고효율 저감시설 SCR 설치에 1조…매년 7000억 운영비"
시멘트 업계는 내수 침체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환경규제가 시행될 경우 추가적인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수급 불안정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26일 충북 지역 시멘트업체의 질소산화물(NOx) 배출규제 기준을 2029년까지 120ppm 수준으로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정부가 2025년 135ppm에서 2029년 110ppm으로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022년 기준 시멘트 산업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4만2000톤(t)으로, 국내 전체 배출량의 34%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SNCR(선택적 비촉매 환원법)을 활용해 질소산화물을 관리 중이다. SNCR은 소성로에서 배출되는 가스에 암모니아를 분사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로, 제거 효율은 20~40%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SNCR의 저감 효율이 낮다며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SCR은 배출 가스를 별도의 촉매 설비로 처리해 질소산화물을 80~90%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시멘트 업계는 SCR 도입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해외 사례를 그대로 국내 시멘트 생산공정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생산량이 낮은 일부 소규모 설비에 SCR을 설치했다가 효율 저하와 검증 부족으로 인해 재배치나 재설치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SCR 설치와 운영 비용도 큰 부담이다. 국내 시멘트 업계에 SCR을 도입하려면 약 1조원의 투자비와 매년 7000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독일 등 일부 국가만 고효율 질소산화물 저감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할 경우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업계의 경영난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시멘트 업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 65%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질소산화물 저감 필요성에는 공감하며, 내부적으로 발생량 감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오염물질 방지시설의 적용 가능성과 업계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배출 기준을 120ppm 수준으로 완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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