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획일적 규제보다는 단계별 접근 필요"
"산유국들, INC 의장 중재안조차 거부하고 있어"
"플라스틱 문제 과학적 논의할 부속기구 부산 유치"
[부산=뉴시스]성소의 기자 =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목표 설정은 일부국들의 반대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25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직접적이고 획일적 규제보다 단계별 접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제일 원하는 것은, 일단은 협약이 성안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협상을 위해서라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차원에서 의장의 제안문을 가지고 일단 출발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생산부터 소비, 폐기까지 전(全) 주기를 관리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 마련을 목표로 2022년부터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가 계획대로라면 마지막 협상이지만, 일부 쟁점을 두고 국가끼리 대립이 팽팽한 상황이다.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의제는 '생산 감축'에 관한 것으로 유럽연합(EU) 등은 이를 지지하지만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강하게 반대 중이다.
이에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이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비문서(Non-paper)'를 개발해 당사국들에 제안했으나 이 역시 산유국 등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의 제안은 생산 감축 등 대립이 첨예한 조항은 우선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하고 세부 기준과 가이드라인 등은 5차 회의 이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김 장관은 "산유국을 중심으로 그 의장의 문안조차 '생산'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해서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5차 INC에 상정해서 안건으로 논의를 하는 것조차 각국의 입장 차로 합의가 안 된 상태"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숫자'를 가지고 협상을 하자는 국가가 있으면 합의가 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뭐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팽팽히 맞서기 때문에 그렇게 가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생산 감축'을 협약에 포함시키는 데 산유국들의 반대가 큰 만큼,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특정 목표를 설정하자고 주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일 정책으로 강제성 있는 규제보다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에) 캡을 씌워서(상한을 둬서) 얼마까지, 언제까지 감축한다는 걸 지금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재생원료를 사용하는 의무 비율을 더 높인다거나 페트병에 들어가는 함량을, 두께를 줄인다거나 간접 규제를 할 것"이라며 "리필을 많이 하도록 하거나 다회용기를 많이 하도록 하는 지원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라스틱) 감축은 가야 될 방향이지만, 획일적이고 직접적으로 하는 규제 방식보다는 우선은 단계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우선 추진해야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 그 중에서도 인체와 환경에 해가 될 수 있는 '우려 화학물질' 문제와 관련해 과학적 논의를 진행할 부속 기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해 우리 몸과 환경에 피해 주는 우려 화학물질을 줄이자는 얘기도 있다"며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1만6000개인데, 그 중 우려물질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어 기준을 설정해서 이에 해당하면 '우려 화학물질'로 규정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약이 성안되면 계속 다듬어서 외교전권회의에서 정식으로 의결해야 할 텐데, 플라스틱 문제도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며 "5차 INC를 부산에서 했으니까 내년도에 (협약을) 의결할 때 과학적으로 이를 검토하는 부속 기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는 것도 제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플라스틱 협약 협상의 '방해국'으로 분류되던 중국의 입장이 이전보다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산유국들과 함께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반대하는 '플라스틱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 그룹에 속한 대표적 국가였는데, 최근 들어 산유국들과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은 발언문을 통해 의장 제안문, 협약 초안과 함께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측면으로 봐도 크게 지속 가능성, 협약 성안에 대해 산유국보다는 한 발자국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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