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배터리' 앞세워 전기차 안전성 강조
전시관에서 삼원계 배터리와 화재 폭발 비교도 공개
자동차 강판부터 최종 조립까지 일관화로 경쟁력 확보
벽면이 유리로 된 실험실 내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터지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피어올랐다. 유리벽 내에는 두 개의 배터리가 놓여있고 위에서 기다란 못이 내려와 배터리를 뚫자 한 쪽은 불꽃에 휩싸였지만 나머지 한 쪽은 잠잠했다.
불길이 솟아오른 쪽은 한국 기업들도 많이 사용하는 삼원계(NCM) 배터리였고 잠잠했던 나머지 한 쪽은 비야디(BYD)가 자사 기술로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인 '블레이드 배터리'였다. 지난 22일 방문한 중국 광둥성 선전의 비야디 본사 전시관의 모습이다.
비야디 본사의 전시관에는 자사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정성을 자랑하기 위한 이 같은 실험실이 설치돼있어 관람객들이 배터리의 성능을 눈으로 지켜볼 수 있게 돼있었다. 그동안 한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지만 이제는 가성비와 안전성으로 무장해 시장을 넘보는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무서운 이유다.
비야디가 2020년 처음 공개한 블레이드 배터리는 배터리셀을 칼날(Blade)처럼 길고 평평한 모양으로 제작하고 중간 매개체인 모듈 없이 배터리팩에 바로 담는 CTP(Cell-to-Pack) 방식을 활용해 공간 활용도를 기존 대비 50% 높인 배터리다.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배터리를 넣을 수 있게 돼 LFP 배터리의 단점으로 인식되던 에너지 밀도를 크게 개선하면서 주행거리를 향상시켰다. 화재 방지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못 관통 테스트 외에 46t 무게의 트럭이 배터리 위를 밟고 지나가는 압착 테스트나 오븐 속에서 영상 300도까지 가열하는 발화 테스트 등에서도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비야디에서 개발하는 모든 순수 전기차(BEV)에는 블레이드 배터리가 적용돼있다.
1995년 배터리회사로 시작해 자동차와 전자, 재생에너지, 모노레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비야디의 자신감은 연구·개발(R&D)과 투자에서 나온다. 비야디의 올해 R&D 투자액은 상반기 기준 20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으며 90만명의 임직원 가운데 R&D 인력은 10만명이 넘는다.
또 현재까지 신청한 글로벌 특허 수가 4만8000건이 넘고 그 중 승인된 특허 수가 3만개 이상이다. 본사 전시관의 벽면에 '기술은 왕, 혁신은 근본(技術為王 創新為本)'이라는 글귀가 크게 각인돼있는 점은 기술에 대한 비야디의 집착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방문한 선전 선산 비야디 자동차공업단지의 전기차 제조공장에서도 비야디가 지닌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21년 비야디 그룹이 자본 100%를 투자해 설립한 54만㎡의 대규모 공장 부지로 비야디 본사에서 100㎞가량 떨어져 있다.
사람 없이 로봇으로만 4개의 타이어를 장착하는 조립 라인 등 상당 부분이 전동화돼있는 이 공장에서는 자동차 강판을 찍어내는 프레스 공정부터 최종 조립라인까지 일관화돼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거의 대부분의 공정을 비야디가 직접 진행하도록 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야디의 왕조 시리즈 중 ‘한(漢)’과 덴자 브랜드의 세단 ‘Z9′·‘Z9 GT’ 등 세 가지 차종을 생산하는 해당 공장에서는 어느 정도 틀을 갖춘 자동차 차체 바닥에 불과 몇 분 만에 뚝딱 배터리를 장착하는 조립라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야디의 CTB (Cell-to-Body) 기술이 적용된 부분이다.
이는 CTP(Cell-to-Pack)에서 한층 발전시킨 기술로,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체와 완전히 통합해 '배터리팩 상단 덮개-블레이드 배터리-트레이'의 샌드위치 구조로 구성돼있다. 이를 통해 블레이드 배터리 자체가 에너지원뿐 아니라 차체를 지탱하는 부품 역할도 하도록 하면서 공간 활용성도 늘렸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비야디는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이 302만대를 기록하면서 2년 연속 세계 선두 자리를 차지했으며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6.5% 성장한 325만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친환경차 판매량이 25만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가 됐다.
비야디는 이제 자사의 배터리 기술력 등을 앞세워 자동차 시장에서 까다로운 안목을 지닌 한국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비야디 본사 관계자는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생산량으로는 비야디의 경쟁자가 없다"며 "기술 면에서 경쟁사를 꼽으라면 테슬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k7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