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인 비극 '홀로도모르' 추모…"민족 말살하려던 러 실패"

기사등록 2024/11/25 11:24:48 최종수정 2024/11/25 14:36:16

"기억하기 고통스럽지만 잊을 수 없는 사건"

"독재자의 잔인함과 냉소주의에는 끝없다"

라트비아 외무 "러, 현재도 말살 정책 계속"

[키이우=AP/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옛 소련 치하에서 우크라이나인 25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은 '홀로도모르' 기념일을 기리면서 러시아의 민족 말살 정책 실패를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이 홀로도모르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비 언덕에 촛불을 밝히는 모습. 2024.11.25.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옛 소련 치하에서 우크라이나인 25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은 '홀로도모르' 희생자 추모일을 기리면서 러시아의 민족 말살 정책 실패를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고 싶어 했다. 우릴 죽이고 우리를 정복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들은 진실을 숨기고 끔찍한 범죄를 영원히 침묵하도록 만들려고 했다. 그들은 실패했다. 그들은 우리가 이를 잊고 그 과정에서 (그들을) 용서하도록 혼란스럽게 하고, 호도하고, 의심하게 만들고 싶어 했다"면서 "그래서 매년 11월 말이면 우리는 깊은 슬픔과 엄청난 존경심을 담아 홀로도모르의 희생자가 된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을 기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리 역사에는 기억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지만 잊을 수 없는 면이 있다. 범죄는 독재자의 잔인함과 냉소주의는 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라며 "어떻게 한 국가 전체를 지우려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추모의 촛불을 들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이 불꽃을 밝히는 한 그들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촛불 수백만 개의 빛이 그들의 수백만 명의 영혼을 따뜻하게 녹여주길 바란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우크라이나인은 대개 이날 오후 4시에 창가에 촛불을 켜두는 방식으로 홀로도모르 희생자를 추모한다.
[키이우=AP/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이 23일(현지시각) 수도 키이우에서 홀로도모르 희생자 추모비에서 추모하고 있다. 홀로도모르는 1932~1933년 옛 소련 시대 이시오프 스탈린 치하에서 발생한 대기근이다. 2024.11.25.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소셜미디어에 "유럽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피해자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동참한다"고 조의를 표했다.

바이바 브라제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91년 전 우크라이나를 지구상에서 지우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인공적 기근에 이어 오늘날에는 로켓, 미사일, 폭탄, 살인, 성폭력, 항구·에너지 시설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진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 사회에 홀로도모르를 옛 소련이 일으킨 집단 학살로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라트비아는 2008년 홀로도모르를 대량 학살로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미국, 바티칸시국 등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을 고의적인 집단살해로 규정하고 있다.

홀로도모르는 1932~1933년 옛 소련 시대 이시오프 스탈린 치하에서 발생한 대기근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비옥한 평야가 있지만, 소련 지도부의 곡물 수탈 등 정치적·행정적 결정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 집계에는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250만~300만 명 정도로 추산하며, 많게는 1000만 명까지도 숨졌을 것으로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