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단체 "윤정부 사도광산 추모식 불참, 수치·굴욕·자업자득"

기사등록 2024/11/24 13:19:13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규탄 성명

"유네스코 등재 자축 행사 들러리 취급"

[도쿄=AP/뉴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일본의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27일 결정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에 조선인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전시물 설치를  약속하며 한국 정부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에 있는 사도광산은 '니시미카와긴잔'(西三川砂金山)과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相川鶴子金銀山) 등 2개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2일 니가타현 사도에 있는 사도광산의 상징적 채굴터인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의 '도유노와리토(道遊の割戸)' 모습. 2024.07.27.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대한민국 외교부의 사도광산 추모식 불참 결정에 대해 '예견된 참사'라며 윤석열 정권을 강하게 규탄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사도광산 추모식 불참에 "오늘의 외교적 수치와 굴욕은 윤석열 정부의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추도식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조선인 강제동원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가 빠진 채 일본 지자체와 민간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 주관으로 열린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측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추도식에 참석시키기로 하면서 불참을 결정했다. 이번 추도식의 성격과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도식이 임박하도록 추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고 추도식 참가 비용을 대한민국 정부가 대라고 한다"며 "추도 대상도 조선인 만이 아닌 일본인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라고 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는 추도식 사전 협의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추도'가 아니라 '감사'표현을 넣을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며 "한마디로 이번 행사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자축하기 위한 자리였고 한국인 피해자 유가족들을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자축 행사의 들러리 취급하려 한 셈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의 넋을 달래야 하는 추도식에 보란 듯이 전범자를 추앙하는 우익 성향의 정부 인사를 골라 내보내는 것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한 대한민국 정부에 화답했다"며 "이게 정상적인 나라의 외교인가, 추도식을 구실로 한국인 피해자 유가족들을 욕보이는 것이자, 또 한 번 한국을 우롱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규탄했다.

단체는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추도하는 추도식을 매년 갖기로 한 것을 중요한 외교적 성과로 치장해 왔다"며 "오늘날 외교적 성과라 치장했던 것은 결국 비난 여론을 의식한 눈속임용이자, 실체 없는 빈 껍데기였음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날 출국한 최종 9명의 유가족은 오는 25일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지에서 별도의 독립적인 추도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까지 가서 이 무슨 망신이며, 이 무슨 수모인가"라며 "'물컵의 반을 먼저 채우면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는 윤석열식 '퍼주기 외교', '막장 외교'의 처참한 결과"라고 통탄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추도식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을 해소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행사 전에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 입장을 밝혔다.

정부 불참 결정 배경에는 일본 정부 측 추도식 참석 인사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과거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이력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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