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하룻밤 재워주세요"
이같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에 서 있는 일본 남성이 지난 5년간 500번 넘게 타인의 집에서 '하룻밤 묵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7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 현지 매체는 슈라프 이시다(33)의 여정을 조명했다.
슈라프는 매일 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역 앞이나 번화가를 찾아가 '하룻밤 재워달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그는 행인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대신 마치 낚싯줄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누군가 자신에게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놀랍게도 매일 그를 재워주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슈라프의 요청을 수락하는 사람 중 약 90%는 1인 가구의 남성들이다. 가끔 여성들도 슈라프를 집으로 초대한다고 한다.
슈라프는 집주인과 저녁을 먹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있어 매일 다른 사람의 집에 묵는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는 "학생부터 간호사, 회사 경영자 등 나이부터 직업까지 다양한 집주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며 "매일 밤 다른 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소극적이었던 슈라프가 매일 타인의 집에 머무르게 된 계기는 대학 시절 무작정 떠난 대만 여행이었다. 당시 그는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큰 변화를 경험했다.
이후 세계 일주를 목표로 대기업에 취직해 5년간 500만엔을 모았고 28세에 퇴사했다. 세계 일주 전 국내 여행부터 먼저 해 보자는 마음으로 일명 '하룻밤 묵기 팻말남'이 됐다.
슈라프는 집을 구하지 못한 날에는 과거 재워줬던 집주인을 찾아간다. 슈라프를 무려 네 번이나 재워줬다는 히로코(81)는 반년만의 조우에 나물 요리와 생선구이 등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했다.
"언제든지 와도 되는 집이라고 생각한다"는 슈라프의 말에 히로코는 "혼자라서 오히려 반갑다"며 환영했다.
슈라프의 사연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타인의 선의에 기대며 일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곤란해질 것" 등 그의 독특한 생활 방식에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슈라프는 "저는 숙박하고 싶고 집주인들은 숙박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며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대등한 관계"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즐겁고 그들 역시 나를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며 자신의 방식을 지속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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