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사도광산 추도식 전날 전격 '불참' 발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 대표, 수용 불가했던 듯
'외교 실패' 비판…'내년 수교 60주년' 파장 불가피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한 데 따라 한일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2015년 군함도(端島·일본명 하시마) 사태가 재현되면서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한국이 또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외교부는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반 사정'은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기로 한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정무관의 2022년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실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우리 외교부가 요구해 온 '차관급'을 맞춰줬을 뿐 추도식 조율 과정 내내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참석 인사 발표를 미루다가 이틀 전에야 이쿠이나 정무관 참석을 공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행에 이례적인 균열을 내지 않기 위해 7월 일본 정부와 합의를 이뤘다.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역사'를 알리고, 이를 위한 전시와 연례행사 성격의 추도식을 공언했다.
처음 합의 사실을 밝힐 때부터 외교부는 전시와 추도식이 한국인만이 아닌 '일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당시 외교부는 한국인만을 위한 전시나 행사가 어려운 일본의 국내 사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편의를 봐줬다는 국내 비난 여론을 감수한 것인데, 일본은 이 추도식마저 마지못해 하는 식으로 다뤘다.
외교부는 추도식이 매년 7~8월경 일본 정부 관계자 참석 하에 치러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첫 추도식 날짜는 석 달 늦은 이달 24일로 정해졌다. 배경에는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가 있다. 민간이 중심이 된 실행위원회가 추도식을 주관하고,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의 항공편을 포함한 경비는 주최측이 아닌 외교부가 부담해야 했다.
아울러 이쿠이나 정무관이 낭독할 추도사 내용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속과 달리 사도광산 전시물에서 '강제' 표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2015년 군함도 등재 때와 같은 상황이다. 당시 일본은 강제노역 실상을 반영한 강제동원 정보센터를 설치하기로 하고 2020년 3월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도쿄(東京)에 개관했다.
전시물은 오히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치도 군함도가 있는 나가사키(長崎)에서 1000㎞ 넘게 떨어진 도쿄여서, 군함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례를 의식해 이번에는 사도광산으로부터 자동차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전시물이 들어섰다고 강조한 외교부는 난처해졌다.
일본의 뻔뻔한 태도를 향한 비난과 동시에, 추도식을 사도광산 합의 성과 중 하나라고 자평해온 우리 정부에 대한 외교적 책임론도 제기된다.
정부는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한일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려고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자세가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정부로서는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희석하면서, 향후 일본 정부와 사도광산 추도식을 포함한 현안을 협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미일 3국 협력이 불안정해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3국 협력의 한 축인 한일관계가 흔들리면 부정적인 전망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MBN 뉴스와이드에 나와 "이런 하나의 단일성인 문제가 전반적인 양국관계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며 "3국 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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