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특활비 전액 삭감 단독 의결
"마약 위장수사 등에 사용되는 돈"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지난 20일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편성한 경찰 특활비 31억6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야당의 단독 예산안 처리에 반발한 여당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이 지난 9일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과잉 진압했다며 특활비 삭감에 나섰다.
국회에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이 집회 진압에 대한 사과 요구를 거절하자, 행안위 야3당 위원 일동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경찰청장의 사과가 없다면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활비 등을 꼼꼼히 따져 공권력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실제로 야당은 방송조명차·안전 펜스 등 관련 예산 26억4000만원도 감액했다. 다만 경정 이하 경찰관에게 매월 10~30만원씩 지급되는 수사 실비 격인 특정업무경비(특경비)는 삭감되지 않았다. 경찰의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특경비 삭감에 반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당초 검찰 특활비 삭감이 메인이었고, 경찰 특활비는 굳이 깎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경찰청장이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분위기로 급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삭감된 특활비가 범죄 수사에 쓰이는 돈이라는 데 있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제출하지 않는 특활비는 마약 거래 위장수사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에 사용된다.
특활비는 각종 정보 수집 활동과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에도 일부 사용된다고 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나 딥페이크물을 제작해 판매하는 피의자를 검거하려면 구매자인 척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최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서만 가능했던 위장수사·신분 비공개 수사를 성인으로까지 확대하는 성폭력 처벌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14만명 규모의 조직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특활비 31억원도 정말 적은 수준"이라며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겠다는 건 창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빠르면 이달 말에서 늦으면 내달 초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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