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피보험자 부담' 부분 해석 여부 쟁점
1심은 '의료비 전액' 판단해 보험사가 승소
2심 "약관 모호하면 보험사 불리하게 해석"
대법 "다의적 해석되지 않아…보상대상 아냐"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지인 할인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할인받은 진료비는 보험금 청구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보험회사 A사가 피보험자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지난 2005년 A사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해당 상품은 실손보험으로, 특약으로 상해 또는 질병으로 입원치료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실료·입원제비용·수술비 등을 보장하고 있다.
B씨는 2016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서울 시내 한 한방병원에 입원해 11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A사는 청구 금액 중 지인할인 명목으로 할인 받은 부분은 B씨가 실제 지출한 부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
약관규제법은 약관의 해석이 모호한 경우 약관작성자인 보험사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에선 해당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부담하는'으로 정한 부분이 의료비 전액을 의미하는지, 실제로 납부한 금액인지 해석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할인 전 의료비가 아닌 피고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며 "이러한 해석이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약관이 명확하지 않아 보험사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약관조항의 의미는 그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인 피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사건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지인할인에 의해 감면된 후 피고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라 감면되기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약관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조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피보험자가 의료기관과의 구체적인 계약에 따라 실제로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보험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할인받은 부분은 이 사건 특약의 보상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약관조항의 내용은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특약은 손해보험의 일종이다.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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