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래 첫 감원…업계 "여전히 많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위원회가 2007년 이래 처음으로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감축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분간 사회 전반에 회계사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는 당국의 판단과 달리 업계는 회계사 취업난과 몸값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어 양측의 시각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1200명으로 결정했다. 이는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한 올해 1250명에서 50명 줄어든 숫자다.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공급 과다 문제 등으로 2007년 선발 인원을 1000명에서 700명대로 감축한 후 꾸준히 인원을 늘리거나 동결해왔다. 최소 선발 인원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100명으로 유지되다 올해 1250명으로 확대됐다.
18년 만의 인원 감축에도 회계업계에서는 여전히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회계법인 인력이 포화 상태라 최근 2년 간 퇴사자가 크게 줄었는데, 이 상황에서 신입 회계사를 더 뽑을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빅4' 대형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등록회계사 수는 1년 새(2022 사업연도→2023 사업연도) 6822명에서 7444명으로 622명 늘었다. 이에 따른 인건비도 크게 늘었으나 같은 기간 빅4의 매출액은 1.7% 늘어드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311억원에 그쳤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원래 뽑으려던 수보다 더 많은 수를 뽑았지만 내부적으론 인건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연봉 삭감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내년 신입 회계사를 더 뽑을 유인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회계사 선발 인원을 올해와 큰 차이 없는 1200명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은 최근 수년 간 '회계사 품귀 현상'이 누적됐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수년 간 업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회계법인들은 최소 선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 법무법인 등 비회계법인들의 회계사 모셔가기가 이어지면서 회계법인이 새로 뽑아야 하는 인원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회계법인들은 이 같은 '호시절'은 지나갔다는 시각이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회계법인 밖에서의 회계사 수요가 많다고 파악하고 있다. 비회계법인, 기업, 공공기관, 금융사 등은 여전히 회계사를 뽑고 싶어도 못 뽑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회계사 몸값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뛴 영향도 있다.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 감사 시간제 도입,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회계법인들의 채용도 늘고 처우도 좋아진 것이다. 업계 1위 삼일회계법인의 1인 평균 연봉은 최근 5년 새 1억3526만원에서 1억8193만원으로 35% 늘었다.
이에 회계사들이 몸값을 더 높여갈 수 있는 곳은 적어지고 그 외 회계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 회계법인과 공공기관 등은 여전히 회계사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수년 간 회계법인 호황으로 일반 기업, 공공기관이 회계사를 못 뽑고 있던 것이 문제였다"며 "당분간 회계사 인력 공급이 사회 전반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수습 회계사 미지정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빅4에 취업한 842명과 그 외 회계법인에 들어간 269명을 제외하면 올해 미지정 수습 회계사는 약 2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수습 회계사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지만 실무와 가까운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 최소한의 보수가 있을지 등에 대해선 여전히 수습 회계사들 사이에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황병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사가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연수 받을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비회계법인은 최소 3~5년 숙련된 회계사를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최소 선발 인원이 1200명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방향성이라도 감축으로 바뀐 것은 다행이지만, 이대로라면 내년 미지정자 수가 600명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며 "사회에서의 회계사 수요도 중요하지만 경력을 쌓을 수습처는 만들어 줘야 감사품질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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