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누고 정부와 소상공인들이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논의를 예고한 지 열흘 만에 소상공인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향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4일 관련 부처와 소상공인계에 따르면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고용노동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단계적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조사·분석과 사회적 대화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그간 여러 공식 석상에서 "사업장 규모가 작다고 최저 기준도 적용을 다 안 하고 배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면서 확대 적용 추진 의사를 강력히 내비쳐왔다.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엔 다소 유연한 편이다. 최저임금과 퇴직금, 육아휴직, 출산휴가 부여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주52시간, 주 12시간 연장 한도, 연장·휴일·야간 가산수당, 연차휴가 등 핵심 조항들은 적용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전국 613만9899개 사업장 중 5인 미만은 531만4251개로 87%에 달한다. 주요국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종사자수는 781만9192명으로 총 인원(2521만7123명)의 31% 수준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영세 소상공인들의 줄폐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회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인 소상공인 사업장에까지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된다면, 소상공인들은 사업의 존폐마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타협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금 근로자가 월평균 327만원(2021년 기준)을 수령하는 반면,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이 233만원에 그치고 있는 만큼 일괄 적용은 무리라는게 소상공인계의 주장이다.

임수택 소공연 수석부회장은 "근로기준법이 소상공인 사업장까지 확대되면 PC방, 대리운전, 숙박업, 편의점 등 소상공인 업종 대다수는 폐업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상공인계는 정부와 국회가 확대 적용 움직임을 보일 경우 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 단체장들이 참여한 긴급대책회의에서는 일괄적용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 항의방문과 기자회견, 전국 지회·지부 현수막 시위 및 대규모 상경 시위 등이 논의됐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노동계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주요국들 중 종사자 규모에 따라 법을 차등 적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자영업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국내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인 것은 맞다"면서 "다만 현재 소상공인들의 경영 상황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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