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최고조' 한미사이언스, 이번주 주총…표심 어디로?

기사등록 2024/11/24 06:01:00 최종수정 2024/11/24 06:50:15

이사회 인원확대 및 선임 표결

고발·맞고발·각종 비방전 확산

[서울=뉴시스] 한미약품그룹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1년간 격한 분쟁을 이어온 한미약품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장악·방어를 위한 표결을 내주 지주회사 주총에서 진행한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에선 3자 연합(신동국 회장·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제안한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 ▲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과 ▲회사가 상정한 자본준비금 감액건에 대해 표결을 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5대4 구성으로 형제 측(임종훈 대표·임종윤 사내이사)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6대5 비중으로 이사진 구성을 뒤집겠다는 게 3자연합의 목표다.

주총의 목전에서 양 측은 갖은 고발과 맞고발, 비방으로 서로를 흠집내는 동시에 자신 명분을 세우는 활동을 해왔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8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외 3인의 그룹사 고위임원,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 김남규 대표 등 총 5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13일에는 형제 측 인사인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가 송 회장과 박재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박 대표가 송 회장이 2002년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이사회 승인없이 기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어 한미사이언스는  3자연합 및 이들을 위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형제 측은 그룹 내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에 대해서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두 재단에 공문을 보내 임시주총에서 중립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확약이 있을 때까지 기부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했다. 가현문화재단은 지난 3월 주총에서 모녀(3자연합) 측 손을 든 바 있다.

3인연합 측은 "형제 측이 절차를 무시한 채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맞고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임종훈 대표 등 주요 관계자를 무고로 고발하고, 한미약품에 대한 업무방해와 배임으로도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단에 대한 압박 관련해선 "두 재단은 독립된 공익법인으로, 의결권 행사 결정은 각 재단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들이 자유롭게 의사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며 "'중립을 확약해 달라는 것'과 '기부금 지급'을 거래 대상으로 인식한 것 자체가 문제이고, 이는 명백하게 매표행위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3자연합은 우군 확보에 힘 쏟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는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 3.7%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약 117만주를, 가현문화재단이 132만1831주를 킬링턴에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킬링턴은 라데팡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기존 3자연합이 라데팡스를 포함한 4자연합으로 전선이 확대된 것이다.

라데팡스의 모녀 지분 매입 후 양측 공방전은 더 거세지고 있다. 임종윤 이사 측은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있는 라데팡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3.7%를 취득하고, 궁극적으로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며 "R&D 명가의 신약개발 추진에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분 3자연합 우세하나 소액주주·연금 등 표심으로 변동 가능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임종윤(왼쪽)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2024.03.21. hwang@newsis.com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이 회사 지분구조는 형제측 25.6%, 3자연합측 33.78%, 친인척으로 분류되는 지분 3.10%, 가현문화재단 및 임성기재단 8.09%, 국민연금이 5.89%를 보유하고 있다.

3자연합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표심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은 23.25%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루이스는 3자연합의 주주제안에 반대의견을 권고한 바 있다.

3자연합이 요구한 정관 변경 건은 출석한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찬성이 필요해 현재의 지분구조로는 사실상 부결될 것으로 형제측은 보고 있다. 신동국·임주현 이사 선임 건은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3자연합은 최대한 승리를 이끌어보겠단 계획이고, 형제 측은 만일 이사회가 5대5 동수로 재편되더라도 임종훈 대표 체제는 2027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 vs M&A 등에 8000억 투자

[서울=뉴시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 출처=한양정밀 홈페이지) 2024.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3자연합이 표방하는 것은 신속한 경영 안정화와 지배구조 개편이다. 글로벌 제약기업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선진 경영 체제 도입의 열쇠는 전문경영인 선임이며, 추구하는 체제는 '주주가 지분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라고 했다.

3자연합은 "머크는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두 개의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가족위원회는 머크 가문의 일원과 머크 사업 분야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로 혼합해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한다"며 "이렇게 선출된 파트너위원회에서 머크의 최고경영진이 선임된다. 선임된 전문경영인은 철저하게 독자경영을 추진할 수 있고, 대주주들은 감독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형제 측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2028년 매출 2조3267억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5680억원, 연구·개발(R&D) 2000억원, 제조시설 420억원, IT 인프라 50억원 등 총 약 81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M&A, 외부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겠단 계획이다.

임종윤 이사는 5대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그룹 회장과 부회장직을 폐지하고 특정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 제한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전문경영인을 국내외 가리지 않고 발굴해 전폭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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