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英 연구단체 오픈소스센터 분석 근거로 보도
8개월 동안 선박 43차례 왕래…지난 5일이 마지막
란코프 "러시아 셈법 바뀐 듯…북한 영향력 확대"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러시아가 자국에 파병을 한 북한에 석유 100만 배럴을 공급했다고 영국 비영리 연구단체인 오픈소스센터가 주장했다.
22일 BBC에 따르면 오픈소스센터는 위성사진 분석을 근거로 러시아는 지난 3월 뒤로 북한에 석유 100만 배럴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북한의 추가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이다.
공개된 위성 사진에는 지난 8개월 동안 모두 43차례에 걸쳐 북한 유조선 12척 이상이 러시아 극동의 한 수상송유장치에 도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상에서 촬영된 다른 사진을 보면 유조선이 빈 배로 도착했다가 선적물을 가득 채운 채로 다시 떠나는 모습도 관측된다.
마지막 선적은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주로 파병된 뒤인 지난 5일에 이뤄졌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개 시장에서 석유를 구매할 수 없는 국가다. 유엔 제재로 북한은 해마다 정제 석유를 50만 배럴까지 수입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5월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석유 50만 배럴 이상을 공급했다고 내다봤다.
추정되는 공급량인 석유 100만 배럴은 연간 한도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지난해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제공한 양보다는 10배가량에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싸우기 위해 러시아는 석유를 대가로 군대와 무기를 북한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라며 "한반도, 유럽, 인도·태평양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조 번 오픈소스센터 수석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구명줄을 제공하는 동안 러시아는 조용히 북한에 생명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꾸준한 석유 공급은 북한은 (유엔) 제재가 도입된 이래로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안정성을 부여한다"고 분석했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하이브리드위협 연구센터장은 "자국민을 외국 전쟁에 보내 전사하도록 만든다면 석유 100만 배럴은 충분한 보상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는 "예전에는 군사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아마도 러시아의 계산법이 바뀐 것 같다. 러시아는 이 같은 (북한) 병력이 필요하고 북한은 이를 통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