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결혼 전 예비 시어머니의 권유에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했다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사연이 알려졌다.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전 혼전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결심했다는 7년차 주부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남편은 손해 보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 연애할 때도 자기 몫은 꼭 챙겼다. 결혼한 뒤에도 철저하게 계산을 하고 손해 보면 큰일날 것처럼 굴었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A씨 부부는 연애 당시 데이트 비용을 정확하게 나눠 낸 것은 물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각자 아이를 돌보는 시간까지 분 단위로 정확하게 계산했다고.
A씨는 "남편의 이런 성격은 작은 노점에서 시작해 외식 사업가의 대모가 된 시어머니의 영향인 것 같다"며 결혼 전 허락을 받기 위해 시어머니를 만났을 당시 '혼전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알렸다.
당시 시어머니는 A씨에게 "좋다면 얼른 결혼해라. 다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다"며 "우리처럼 있는 사람들은 결혼할 때 혼전계약서를 작성한다. 너(A씨)는 모르겠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결혼하고 싶으면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또, 젊을 때 사별해 시어머니 자신은 혼자이니 A씨 부모님도 두 분 중 한 분만 챙기는 게 공평하다는 내용도 혼전계약서에 포함했다.
그러나 결혼 3년차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A씨는 그간 공평함을 강조해왔던 남편이기에 자신도 맞바람을 피워볼까 고민했지만 아이를 위해 참았고,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그러나 결혼 전 작성한 혼전계약서로 인해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냐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조인섭 변호사는 우선 혼전계약서에 대해 "'프리넙'(prenup)이라 불리는 혼전계약서는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서 일반적으로 작성된다. 주로 이혼하였을 때 위자료, 재산분할, 자녀 양육 등 내용을 담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민법 제830조에서는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어 부부가 협력해 재산을 마련했어도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으면 그 사람의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예외로 인정되는 것이 부부재산약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부부재산약정서를 사실상 혼전계약서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부부재산약정이란 민법 제829조에서 규정, 결혼 당사자가 결혼 중의 재산 소유·관리 방법 등에 대해 결혼 성립 전에 미리 약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 변호사는 "부부재산약정서가 제3자에게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민법 제829조 제4항에 따라 혼인신고 전까지 등기해야 하며 결혼 중 재산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며 "결혼 전이나 이혼 후의 재산에 대해서 정하고 등기하더라도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대법원은 재산분할청구권 포기, 양육권 포기, 상속권 포기 등과 같은 부부재산약정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협의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약정서를 작성하더라도 추후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되면 그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대법원 입장에 따르면 부부재산약정서는 부당하고 법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A씨는 재산분할 외에 위자료까지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변호사는 이를 두고 "바람을 피운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는 것이 명백하므로 재산분할 외에 위자료도 별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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